[조선어학회 항일투사 33인-5]
"분단은 역행이다" 이희승
이희승(1896∼1989)은 호가 일석(一石)으로, 해방 이후 국립 서울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제자를 양성한 국어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희승의 업적을 일제강점기에 전개한 그의 언어독립운동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조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희승은 조선어학회의 중심인물이면서도, 우리나라 국민의 문자생활에서 한글 전용을 주장한 학회의 주장과 달리 국한문혼용을 내세웠다.
그는 1969년 7월 31일에 창립한 한국어문교육연구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이 학술단체는 모든 교과서에서 한글과 한자의 병용을 채용할 것을 주장하는 단체였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의 학술지인 <어문연구>4호(일조각, 1974.)의 「권두언」에서, 그는 학교교육에서 국한문혼용으로 교육하고, 국민의 일상생활에서도 국한문혼용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후에도 일관되게 국한문혼용의 문장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국한문혼용체의 문장은 우리민족 전체 누구나가 읽고 쓰기를 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1980년대에 들어가 이희승은 남북통일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혔다. “인류역사를 보아도 언어가 같은 사람 사이는 서로 엉키는 힘이 작용하게 되어 있었다.(중략)지금의 분단은 역사방향의 역행이다. 그 역행이란 우리 민족의 의사가 아니다. 강대국이 저희끼리 차치고 포치고 한 것이다. 우리 의견을 언제 묻기나 했던가, 그건 아주 부자연한 일이다. 부자연한 것은 물리학적으로 언제든지 자연한 상태로 옮겨가고야 만다. 부자연한 것에 걸려 있는 힘이 약화되거나 해소되면 뭉치고 만다. 그것이 내 신념이다.”(「원로탐방, 방송 요즘 어떻습니까, 이희승과 송정숙 대담」, <방송연구>7, 1983, 12, 52쪽.)
현재의 남북 분단은 역사의 진행방향에 역행하고 있기에, 이를 타파해야 한다는 이희승 선생의 유지는 오늘날 남북의 동포들이 계승하여야 할 것이다.
▷한글학회 연구위원 박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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