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 칼럼]
난타와 차이나3.0
중국 국경절(10월 1일) 휴가였던 지난주, 중국 관광객들은 여지없이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와 쇼핑센터를 뒤덮었다. 양저우(揚州)에서 온 후(胡) 선생 가족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귀국하는 그에게 ‘4박5일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창경궁, 한옥마을, 성산일출봉 등을 예상했지만 돌아온 답은 ‘난타’였다. 언어 없이, 몸짓만으로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는 배우에게 감명을 받았단다. 한국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도 했다. 실제로 서울•제주 등의 난타공연 관객 중 약 70%가 중국 관광객이다. 후 선생의 ‘난타 찬가’를 들으며 중국 경제 흐름과 우리의 대응방안을 생각하게 된다.
중국 사회의 동향을 연구해 온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는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판된 『CHINA3.0』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시기 중국을 ‘3.0’ 시대로 요약한다. 중국이 마오쩌둥(毛澤東) 집권기(1949~1978년)였던 ‘1.0’ 시기,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30년 기간(1978~2009년)이었던 ‘2.0’ 시기를 지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3.0’ 시대로 진입했다는 해석이다.
차이나3.0 시대 중국 경제의 큰 흐름은 ‘소비의 시기’로 요약될 것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개혁개방의 기치로 시작된 2.0 시대는 ‘제조의 시기’였다. 농촌에서 놀던 약 3억 명의 노동자를 공장으로 끌어들여 생산에 나섰고, 이 덕택에 중국은 ‘세계 공장’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문제도 많다. 빈부격차•부정부패•환경오염 등 성장통은 폭발 직전이다. 그 출구가 바로 소비다. 리커창(李克强) 정부는 투자에 의존했던 성장패턴을 소비 위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중산층의 구매력은 이를 가능케 하는 힘이다.
‘제조의 시기’, 중국 비즈니스의 포인트는 ‘어떻게 하면 제품을 싸게 만드느냐’였다. 저임 노동력을 고용해 현지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소비의 시기’에는 ‘어떻게 하면 중국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에서도 브랜드가 중요하고, 디자인이 필요하고, 마케팅이 중시되어야 할 이유다.
공략 분야도 단순 제조업에서 고부가 서비스 영역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영상•음악•연극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황금알이 될 수 있다. 중국인들이 난타 공연장의 70%를 채우고 있다는 게 이를 확인시켜준다. 지난 4월 개봉한 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分手合約)’은 수 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중국인들의 눈물을 쏙 빼놨다. 비보이(B-Boy) 공연은 중국 젊은이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창의력이 농축된 문화상품에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차이나2.0 시대, 우리는 중국과의 제조업 협력을 통해 상생구조를 짤 수 있었다. 막 시작된 차이나3.0 소비의 시대는 고부가 서비스업에서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양저우 후 선생의 ‘난타 찬가’가 들려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