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조세저항, 자산 해외 유출 고심
국민이 더불어 잘 산다는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부유층의 세금 부담이 가벼워 '부자 천국'이란 비판까지도 받는 중국에서 대표적인 '부자 세금'인 상속세가 도입될지 주목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내달 열릴 18기 3중전회(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상속세 도입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지가 큰 관심사다.
상속세는 부유층을 상대로 한 대표적 세금이라는 점에서 상속세 도입은 중국 사회의 극심한 빈부 격차를 바로잡기 위한 당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이후 중국의 경제 체제는 오로지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사회주의 국가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빈부 격차가 심각한 지경에 달했다.
중국 정부가 밝힌 작년 지니계수는 0.474.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인 0.6을 넘어섰다는 진단도 나왔다.
반면 중국 부유층들은 세제 면에서 자본주의 국가보다 나은 여러 특혜를 누리는 게 사실이다.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부의 재분배와 공평한 경쟁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상속세가 전혀 없는 것은 물론, 부동산 보유세도 전면 도입되지 않아 호화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매우 가볍다.
이 때문에 수십채, 많게는 수백채의 주택을 가진 부동산 거부들이 적지 않아 주택 가격 거품 형성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1년 제한적으로 상하이시와 충칭시에서 제한적으로나마 부동산 보유세가 시범 도입됐지만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이후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상속세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0년 전부터 상속세 도입 방안을 숙고하기 시작했지만 이후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국무원이 '소득 분배 개혁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속세를 도입하는 문제를 연구한다"고 언급하는 등 상속세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주택 가격 폭등으로 중산층 대열에 합류한 이들의 심각한 조세 저항이 예상된다는 점과 현실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재산 현황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없는 낙후한 세원 파악 시스템이 커다란 장애 요인이다.
가장 중요한 주택만 놓고 보더라도 현 부동산 등기 시스템은 각 지방 정부별로 나뉘어 있다 보니 특정 개인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주택을 가졌는지를 당국이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게다가 가뜩이나 부유층의 해외 부동산 사재기 열풍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상속세가 도입되면 자산 해외 유출 현상이나 부유층의 이민 '엑서더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당국에는 큰 부담이 된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이목을 끈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을 통해 중국 권력층과 부유층의 자산 은닉성 해외 부동산 투자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류젠원(劉劍文) 베이징대 재경법연구센터 주임은 9일 경화시보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부동산 등기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등 현재 상황으로는 단기간 안에 상속세를 도입하는 게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류 주임은 그러나 중국이 언젠가 상속세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경우 중산층의 조세 저항을 피하려고 총자산 500만 위안(약 8억8천만원) 이상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기사 저작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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