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제 발 그만.
이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잘 참았다. 이번에 새로 온 저 점박이 개. 도대체 몇 마리인 건지. 사는 동네 아파트 단지가 커서 그런지 어느 날 부터 떠돌이 개가 한 두 마리씩 보이기 시작했다. 유독, 내가 사는 동 앞에만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지라 아이들은 오고가다 개를 보면 달려와 구경을 하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서다 기겁을 하는 거다.
아이가 기겁을 한다는 건 지금까지 보아온, 사람 손 타서 깔끔하게 관리 된 개들이 아닌 이유가 크다. 애견 숍에 가면 잡지에서 나오는 예쁜 애견만 보다가 털이 엉겨 붙고 한 쪽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 있고 가끔 다리도 절뚝이는 그런 개들이 떠~억하니 버티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새로 이사 온 위층의 노부부가 개들에게 밥을 주고 있어서 개들이 모이는 거란다. 찬바람이 부니 할아버지를 따라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 모퉁이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대소변을 보면서 다른 입주민들이 난리가 났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그 중에 제일 깔끔하고 예쁘게 생긴 개 한 마리만 집으로 데려가 키우고 나머지 유기견에게 밥을 주는 일을 그만 두신 듯 했다.
중국인들, 특히 상하이런(上海人)은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거 같다. 송아지만한 개도 정말 잘 키우는데 신기하게 크게 짓는 개가 드물 정도로(성대수술 같은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관리를 잘하는 게 신기하다. 최근엔 개를 데리고 산책 할 때 목줄도 잘하고 개의 변을 비닐종이에 일일이 싸서 버리는 등 매너 좋은 분들도 많아 좋았는데 문제는 키우기 귀찮으면 버리는 개도 많다는 것이다.
언젠가 대형견을 키우는 지인이 걱정을 하는 것이다. 개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주 짖어서 이웃들이 공안에 항의를 몇 번이고 했다고 한다. 이대로 두다가는 공안이 와서 죽일 수도 있다고 했다. 공안으로 신고가 3번 이상 들어오면 바로 와서 잡아가 죽인다고 하니 서로 못 할 짓이 아닌가.
공안은 길거리의 유기견도 잡아 간다고 한다. 중국은 부유의 상징처럼 애견문화가 시작되어 사료비며 개를 키우며 드는 비용이 한국보다 비싸고 나이가 드니 관리와 훈련을 위해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 힘들다는 지인의 말에 아파트를 돌아다니는 유기견이 안쓰럽긴 하다.
어머, 저 할아버지 좀 봐~.
먹다 남은 고기를 들고 나와 유기견 3마리에 길양이 한 마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 먼저 집으로 데려간 예쁘장한 개는 된장을 발랐다는 얘기가 들려 정말 놀랬다. 아파트 이웃들이 항의를 하면 잠시 멈추다가 눈을 피해 여전히 떠돌이 개와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는 것이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다시 아파트 입구 안으로 개를 들여 놓기도 해서 다시 이웃들의 항의를 받고.
결혼 전에 나도 유기견을 키운 적이 있었다. 10년 넘게 키우고 무지개다리를 건네 보낸 ‘탁구’는 내가 주인이 되어 관리하고 접종도 맞추고 가족으로 함께 산 것이다. 여기가 한적한 시골이고 자연스럽게 개와 고양이가 지낼 수 있는 곳이라면 모를까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방목하듯이 키워 결국은 잡아 먹히는 떠돌이 개라니. 아무래도 방동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그들의 방식으로 해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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