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요 우리, 지나가 버리겠어요."
11월초 우리는 미루던 소풍을 갔다. 적어도 2~3년 이상 상하이에서 살고 계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상하이의 10월은 정말 최고의 계절이다. 아주 덥거나 아주 춥거나 또 높은 습도로 컨디션다운의 반복되는 생활 그래서 늘어가는 카페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수다를 떠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생활 속에서 비록 눈부신 단풍은 볼수 없지만 10월의 가을의 따가운 햇살은 많은 이들을 밖으로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홍방 가봤어요? 거기 좋다던데."
"아니, 안가봤어요."
"난 몇 번 가보긴 했는데, 그럼 거기로 갈까요?"
다행인건지 모두들 가본적이 없다기에 우리 6명은 그곳으로 정했다. 11월이 막 시작되는 화창한 날, 149번 버스 종점에 내리면 가깝다는 말만 듣고 버스에 올랐다. 김밥이랑 과일 치킨을, 남편이 내려줬다는 더치커피, 과자 그리고 돗자리를 모두들 준비하고 마치 소풍가는 어린아이들처럼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지만 정작 버스에 앉아 우리의 이야기는 아이들 걱정 남편과 가족이야기로 가득한 모습을 보며 내 이야기가 없거나 가려져 잊혀진 듯한 우리 주부들의 모습이 살짝 씁쓸하기도 했다.
149번 종점에서 내려 가봤다던 내가 길을 잘 못찾고 헤매니 함께 간 젊은 엄마가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서 물어 금방 찾아 나섰다. 문명의 혜택을 잘 이용하고는 모습을 보며 기계치에다가 그런 것에 아직 익숙지 않은 나를 보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이치도 깨닫게 된다.
'준하이시루'에 위치한 홍방입구에 들어서니 넓은 잔디밭에 여러 모양의 재미있고 친숙한 조형물이 보이고 이미 돗자리를 깔고 햇살을 맞는 사람들과 신나게 뛰어 놀며 조형물을 만지며 즐거운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그곳에 자리를 깔고 둘러 앉아 준비해간 것들을 내어놓고 햇살을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을볕에는 딸을 쬐이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쬐인다'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귀한 따뜻한 햇빛을 우리 딸들은 마음껏 누렸다.
한참을 그러고 일어나 우리는 홍방의 예술거리를 돌아보았다. 이곳은 원래 공장지대를 개조해서 만들어진 곳인데 예술가들에겐 창작의 공간이고 무대이고 또 우리에겐 이런 다양하고 기발한 조형물이나 조각품 그리고 갤러리의 많은 미술품들을 무료로 볼수 있다는 선물과도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문득 우리나라에도 시골의 폐교를 개조해 각종 뜻있는 것들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찬찬히 천천히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다음은 어느 곳으로 소풍을 갈 것인가도 못정하고 급한 마음에 우린 TAX를 타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홍방 주위에 카페와 깔끔한 음식점들을 보며 우리는 다음에는 음식 싸들고 오지 말고 저런 곳에서 근사하게 식사하고 커피 마시자며 준비한 것들이 무겁고 짐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내내 잘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랬다면 동네카페에서 차한잔 마시며 이야기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이느낌이 오래 머물기를 기대하면서 이해가 가기전에 다음 소풍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