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손님이 와서 며칠 머물게 될거야.”
우리집 아이들 궁금해서 안달이다.
“누구에요? 여자에요? 몇살이에요?”
모두 자기들 바라는 기준으로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다.
“글쎄, 내일까지 기다려봐.”
난 터져 나오는 웃음과 간지러운 입을 꾹 참았다.
다음날 우리집에 하얗고 예쁜 말티스 두 마리가 손님으로 왔다. 가까운 지인이 며칠 여행을 하게 됐는데 애견센터의 갇힌 공간에 있어야 하는 것이 불편해하기에 선뜻 우리집에서 돌봐 주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거의 5년이 되었다. 우리집 애견 몽실이가 떠난 지. 아직도 우리부부에게 생생히 남아있는 기억들 때문에 이제 다시는 생각지도 못할거라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 녀석들로 인해 우리집에 웃음소리가 흘러나고 있었다. 엄마와 딸로 예쁘고 맑은 눈과 아주 귀엽고 순한 것이 모두를 잘 따르는 모습에 우리는 모두 푹 빠지고 말았다.
역시 애완견이라서 그런거겠지? 이녀석들 사람 손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엄마는 줄곧 손길이 닿길 원하고 딸은 종일 안겨만 있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주인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하루가 지나니 엄마는 주인을 그리워 우울한 모습을 보이고 딸은 자기 엄마가 곁에 있으니 마냥 좋기만 하다.
남편은 몽실이에게 그랬듯 아이들을 위해 닭가슴살을 삶아 간식을 만들고, 안아주고, 놀아주고, 그러면서 줄곧 몽실이랑 비교를 하곤 했다. 하긴 우리 몽실이는 유난히 남편만 좋아했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질투를 했었는지. 오랫만에 사랑스런 강아지들과 교감을 하며 웃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 편안함이 묻어났다.
사람 못난 것은 짐승만도 못하다고 했던가. 하루는 함께 잠을 자는데 새벽에 엄마가 일어나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깔아놓은 소변패드에 볼일을 보고 내 곁에 와 눕는다. 곧바로 딸이 일어나 한켠으로 가 볼일을 보고 돌아왔는데 잠결에 보니 엄마가 다시 가 무언가 핥고 있었다. 불을 켜고 보니 이녀석 아무렇게나 본 딸의 소변을 혀로 열심히 처리하고 있었다. 남의 집 손님으로 와 철없는 딸의 행동으로 그걸 처리하려고 애쓰는 어미의 모습이 가슴 짠하게 전해졌다.
'이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
얼른 안아 올려 바라보는 내 눈이 살짝 젖고 있었다. 이작은 녀석의 행동이 무언가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그 새벽 난 한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렇게 5박 6일동안 사랑스런 손님과 동거는 끝이 났다. 그들의 주인이 다시 그들을 찾아 왔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남편과 나는 이 예쁜 손님들이 있던 옆자리가 허전하고 아직도 곁에 있는 것만 같았고, 한동안 이 녀석들의 빈자리가 우리의 대화 속에 있을 것 같다며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