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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한옥마을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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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편리함의 두 마리 토기 잡기
흙으로 된 너른 마당에서 맘껏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고, 뜨뜻한 구들장에 누워 하루의 피로를 풀고, 이른 새벽 온 몸을 휘감는 상쾌한 산공기를 마시며 일어나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다. 한옥이지만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마당을 가로지르지 않아도 되고, 웃풍 때문에 코끝이 시리지도 않다.
길 건너에는 명문고교가 있고 차를 타고 5분만 가면 대형 상가와 8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과 구립 스포츠센터도 있다. 아파트가 지겹고 유유자적한 전원생활도 누리고 싶지만 도시생활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새로운 주거지로 은평한옥마을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지?
은평한옥마을은 서울 시청에서 직선으로 9km 거리에 위치한 북한산 자락에 조성되고 있는 주택단지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집주인의 개성이 담긴 한옥들이 옹기종기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가 전통과 편의성 갖춘 '도시형 한옥'이라는 주제로 추진하고 있는 은평한옥마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한 ‘2013년 하반기 한경 주거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현대주택의 한 유형으로서 한옥이 생존할 수 있다는 잠재력과 아파트 일변도의 주거문화에서 벗어나 한옥(단독주택) 주거 공동체를 추구한 시도와 북한산 등 주변 자연경관과 문화재를 연계시키면 서울 서북권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은평한옥마을은 하나고등학교 건너편이자 고려 현종이 세운 진관사로 가는 입구에 위치한 서울 진관동 은평뉴타운 3-2지구 단독주택 부지 내 약 3만6766㎡에 조성되며, 1.2층짜리 한옥 100여 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SH공사는 지난 10월 7일부터 한옥마을의 단독형 141필지를 포함, 근린형과 공익시설 등 총 156필지를 일반에 분양하고 있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720만원 선으로 필지당 3억6000만~8억2000만원대다. 지난해 9월 총 122개 필지 중 15개 필지를 시범분양에 나섰던 SH공사는 그동안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분양터 매각가를 조성원가보다 낮추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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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은평한옥마을에서 한옥 견본주택 상량식이 열렸다. |
지난달 15일, SH공사는 은평구한옥마을에서 한옥 견본주택 상량식을 열었다. SH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한옥에서 사는 것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며, 높은 건축비와 냉난방비가 낮아지고 시공과 유지보수의 어려움도 많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시범주택은 대지면적 330㎡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ㄷ'자 형태로 지상에는 본채, 마당, 텃밭과 장독대를 배치하고 사랑채에 구들장과 굴뚝 설치해 고풍스런 아름다움을 살렸다. 또한 건설 중인 시범 주택 옆에는 명지대 김왕직 교수가 이끄는 한옥기술개발 연구단이 지난 3월 착공해 8월에 완공한 연면적 142㎡의 현대식 한옥인 ‘화경당’이 들어서 있다.
화경당은 한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높은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함으로써, 전통한옥 대비 목재 소요량 40%, 공사기간 30% 그리고 건축비는 60% 수준으로 낮췄다. SH공사에 따르면 한옥용지 분양가는 3.3㎡당 700만~730만원 대이고, 시공비는 3.3㎡에 700만 원 대로 일반주택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 면에서 은평한옥마을은 뛰어나다. 직선거리로 치면 서울시청과 9㎞ 떨어져 있고, 차로 20분 거리이며, 바로 앞에는 은평뉴타운이 형성돼 교통과 주거 편의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현재 은평한옥마을단지는 기간도로 외에 공원이나 보안시설, 쓰레기 자동수거시설 등 토목과 부대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안전한 주거단지를 만들기 위해 총 18대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설치•운영된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은평구 'u-도시통합관제센터'가 바로 인지하기 때문에 치안이 우수하다. 발생하는 쓰레기는 한옥마을에 설치된 3곳의 자동수거시설과 별도의 수송관로를 통해 악취 없이 처리된다. 서울에서는 최초로 도입되는 시스템이다.
또한 은평한옥마을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그동안 한옥에 불리하게 적용됐던 건축법상 일조권과 조경 기준을 적용하지 않게 돼 한옥만의 특수한 건축 여건을 보장받을 수 있다. 덕분에 한옥을 지을 때 건물 가로면적과 마당, 처마 거리가 늘어나서 실제 사용 공간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풍수지리학적으로도 은평한옥마을 일대는 좋은 집터의 여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풍수지리전문가들은 진관사 터가 엄마의 자궁이라면 한옥마을은 탯줄로서 생명의 기운이 살아 숨쉬는 명당으로 평가한다. 채영석 한국자연풍수지리 연구소장은 “은평 한옥마을은 한양의 태조산인 도봉산에서 뻗어나와 중소산인 북한산으로 들어온 말고 강한 맥이 지나는 터”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대표적 한옥마을인 북촌 한옥의 경우 3.3㎡당 매매가가 3000만원 선이다. 은평한옥마을의 분양가는 같은 면적에 700만원 선이다. 한옥의 경우 서민 주거 시설이라 말하기는 힘들다며, 주거 목적일 경우 부유층이 수요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재 북촌의 경우도 일부 주거 목적 외에 음식점, 갤러리 등으로 바꿔 상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임대료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수 SH공사 사장은 이날 상량식에서 "은평한옥마을 입주자들에게 한옥 건축에 관한 기본 평면과 공정 과정을 제공하고 전담 컨설턴트를 현장에 상주시켜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SH공사는 입주 후에도 한옥 전문가들을 대동해 건축물 유지 보수에 힘쓸 계획이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1989년 설립된 지방공기업이다. 창사 이후 임대주택 13만2000가구, 분양주택 8만1000여가구를 서울시민에게 공급했다. SH공사는 택지 개발부터 주택 건설, 개량, 분양, 관리에 이르기까지 '주거안정과 삶의 질 향상'이란 목표 아래 주거복지를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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