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해 세계챔프 6명 배출… 18년만에 無冠 전락 한국과 대조
퀴즈 하나 풀어보자. 세계 남자 탁구 최정상권 20명 중 중국 선수는 몇 명쯤 될까. ITTF(국제탁구연맹) 12월 랭킹 검색 결과 9명으로 확인됐다.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중국 선수다. 그렇다면 바둑은? 한국기원 랭킹위원인 배태일 박사 발표에 따르면 1위 스웨(時越) 등 13명의 중국 기사가 '베스트 20' 안에 포진하고 있다. 독점도에서 중국 바둑이 탁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배태일판 세계 바둑 랭킹이 발표된 시점은 지난 11월 초순이었다. 그 이후 연말까지 중국이 2명의 세계대회 우승자를 추가 배출한 성적은 반영되지 않은 자료다. 탁구는 그나마 경쟁권 국가가 다양하지만 바둑은 사실상 한·중 2파전이다. 제3국 국적 기사라곤 30위에 턱걸이한 일본 이야마(井山裕太) 1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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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마지막 세계 개인전이었던 삼성화재배 결승 1국 종료 후 모습. 판단 착오로 반 집을 진 이세돌(왼쪽)이 통역(서 있는 이)과 대화하는 동안 탕웨이싱이 빙글거리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중국 바둑의 이 같은 러시는 놀랍게도 2013년 단 1년 사이 이루어진 것이다. 올해 1월만 해도 세계 메이저 타이틀 판도는 한국 4개, 중국 1개였다. 올 1년 동안 중국은 무려 6명이 세계대회를 제패했고 한국은 18년 만에 무관(無冠)으로 추락했다.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韜光養晦)' 중국 바둑이 '평화롭게 우뚝 서더니(和平�起)' 마침내 '세계를 주도하는(主動作爲)'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은 현재 '바둑의 천국'이다. 국가적 지원 아래 웬만한 프로기사들은 종신 연금을 지급받는다. 각급 학교는 바둑 특기자들을 높은 가산점으로 손짓한다. 프로가 되면 원하는 대학 입학이 보장된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바둑교실 중엔 원생 수가 1만 명이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대기업들은 다투어 기전 창설에 열심이다. 영재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중국 바둑의 세계 독과점 비율은 갈수록 더 높아질 전망이다. 각기 다른 얼굴의 세계 우승자 6명이 들어섬으로써 질과 양 모두 확고한 자원을 확보했기 때문. 이들과 대등한 수준의 젊은 엘리트들이 두껍게 포진해 있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우승자가 튀어나올지 모를 분위기다. 게다가 '세계 챔피언 그룹'의 나이는 스무 살 안팎에 불과해 '시효'마저 창창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중국 바둑은 탁구가 흉내도 못 낼 정도의 완전 독점을 몇 년 안에 이뤄낼지도 모른다. 유일한 저지 세력인 한국엔 더욱 벅찬 새해가 기다리고 있는 셈. 지망생 수 확대, 영재 발굴을 위한 인프라 확충 등 '처방'은 나와 있지만 우리 바둑계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끝없이 팽창 중인 중국 바둑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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