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의료관광 중국인 모집
병원 "소개받는 中환자 80%, 유학생 브로커 통해 온다"
국내 알선업체들은 '개점휴업'
지난 5일 중국인 라모(45)씨는 서울 강남 A성형외과에서 700만원을 주고 얼굴 전체의 주름을 펴는 수술을 했다. 라씨는 "예쁘게 잘됐다"며 돌아갔지만, 이 성형외과는 라씨의 '통역'을 맡은 중국인 유학생 B씨에게 230만원을 '소개비'로 줘야 했다. 유학생 B씨가 라씨를 병원에 데려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 가운데 일부가 의료관광 오는 중국인을 병원에 연결해주는 '성형 브로커'로 변신하고 있다. 의료법 88조에는 "외국 환자를 유치·알선하는 행위는 의료법상 등록된 업체만 가능하다"고 되어 있고,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A성형외과 원장 김모(50)씨를 비롯한 성형외과 관계자들은 "소개받는 환자 10명 중 8명은 중국인 유학생이나 중국인 불법 브로커가 데려온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본지 인턴기자가 중국인 유학생을 가장해 서울 강남·명동의 성형외과 20곳에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본 결과, 20곳 중 15곳이 "수수료를 20~30% 줄 테니 환자를 많이 데려오라"고 했다.
유학생들은 주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나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등 SNS와 블로그를 통해 성형할 사람을 모집한다. 수수료는 수술비의 30% 정도다. 환자가 10명이 넘으면 수수료가 40%까지도 올라간다.
의료관광을 오는 중국인이 2009년 4700여명에서 2012년 3만2000여명으로 약 7배 증가하면서 유치 업체도 94개에서 567개로 늘었다. 하지만 이 중 179개 업체는 지난해 '실적 미보고'로 등록이 취소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체 상당수는 '개점휴업'상황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미등록 업체나 개인과 거래한 의료기관을 규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해 5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10개월째 계류 중이다. 유학생들의 불법 사업 행위를 적발하는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 관계자는 "중국인이나 조선족이 불법으로 성형수술 등 의료관광을 시키는 경우 말고 중국인 유학생들이 브로커로 활동한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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