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중국의 위안화 절상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인가.
변동환율제 개혁 이후 1년이 지나면서 절상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의 예측과는 달리 위안화 절상은 완만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절상은 불가피해보인다. 대외적으로 외환보유고가 넘치면서 수급여건에 의해 위안화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고 내부적으로도 중국정부는 과열경기 억제를 위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해야하는 상황이다.
대외무역흑자가 연일 사상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주변국과의 무역마찰 요인이 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상이 대외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주된 수단은 될 수 없으며 취약한 경제체질 개선과 함께 가야한다는 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7월 21일 변동환율제 개혁과 함께 2.1% 절상됐다. 이튿날 8.11위안의 기준환율로 출발한 위안화 환율은 17일 7.9970위안에 이르기까지 다시 1.4% 절상됐다. 변동환율제 개혁 이후 3.5% 절상된 셈이다. 시장의 기대감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중국 인민대학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위안화 환율이 2010년까지 지속되는 5차 경제개발계획 기간에 연간으로 평균 2-8% 절상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변동환율제 1년 뭐가 달라졌나
중국은 지난해 7월 21일 평가절상과 함께 복수통화바스켓을 참조하는 관리변동환율제로 이행했다. 시장수급에 의한 변동환율제이지만 바스켓에 담은 복수통화에 사실상 페그돼있는 형태다.
그해 11월 24일에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제도와 상대매매 방식의 은행간 거래 허용을 골자로 한 외환거래제도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후 중국의 외환거래는 9시 15분 외환거래소가 기관간 거래의 기준이 되는 중간가격을 제시하면 중간가격의 상하 0.3% 이내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장 시작 이후 오후 3시 30분까지는 시스템에 의한 경쟁매매방식으로 진행되다 3시 30분 이후에는 시장조성자에 의한 상대매매방식으로 변경돼 5시 30분까지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상대매매는 시장조성자가 호가를 부르면 이를 수용하는 기관들이 매수, 매도에 임하는 시스템으로 저렴한 수수료 때문에 거래량의 90%이상이 상대매매로 체결된다.
올들어서는 6월에 '1급거래상(一級交易商)' 제도의 시행을 발표했다. 1급 거래상은 중앙은행을 대신해 급격한 외환시장의 변화를 막고 스무딩오퍼레이션 역할을 맡는다.
1급 거래상 제도는 중앙은행이 직접적인 시장개입을 줄이고 외환시장의 자율성을 제고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위안화 절상 기대감 높지만 완만한 흐름 예상
지난 14일 인민은행은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6월말 기준 9천411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지난 2월 이미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국이 된 중국은 올해 상반기 외환을 다시 1천222억달러 늘렸다. 이는 작년 동기 증가액보다 212억달러가 많은 것이다. 6월 한 달 증가액은 161억달러였다.
외환보유고가 쌓이면서 수급측면에서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해보인다.
대외무역 불균형으로 위안화 절상압력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국내적으로도 과열경기를 억제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은 필요한 조치로 여겨진다.
위안화 환율은 올들어 지난 5월 15일 기준환율이 7.9982위안을 기록, 처음으로 8위안대를 하향돌파한 이후 7위안대에 안착하고 있는 분위기다.
7위안대 안착 이후 어느 정도 절상속도를 보일지는 이제 중국 외환당국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외환당국은 수출입과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체질 개선이 우선 과제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인 위융딩(余永定)은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 무역흑자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고, 중국이 무역흑자를 얻고 있는 섬유류, 제조, IT 등 대부분의 업종이 취약한 마진으로 위안화가 가파르게 절상될 경우 도산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위안화 절상에만 기대어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중국 정부에 위안화의 점진적인 절상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