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한국산 맥주의 ‘별 그대’ 효과
상하이에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할 것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맥주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칭다오맥주의 아성은 변함없지만, 한켠 구석에나 겨우 자리붙일 만큼 입지가 약했던 수입맥주가 최근 들어 음료계의 블루칩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 1분기 중국의 맥주 수입액은 5,477만 달러로 전년대비 90.9% 늘어났다. 2010년 한해 수입액에 맞먹는 규모다. 까르푸 등 유통매장에 각종 수입맥주가 즐비해졌지만, 수입맥주는 주로 바나 클럽에서나 마시는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가정에서도 야식용 맥주로 칭다오맥주가 아닌, 버드와이저, 코로나, 하이네켄 등을 즐겨 찾고 있다. 허융(何勇) 중국주업협회 부비서장은 수입맥주가 중국 전체 맥주시장의 15%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역시 독일산 맥주가 수입 맥주시장을 평정했다. 전체 시장의 절반은 독일산이 차지하고 나머지를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멕시코산이 나눠 갖는다. 한국산의 중국 수입맥주 시장점유율은 2%로 매우 미미하지만, 올 3월에만 대중국 맥주수출이 200% 넘게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우리의 대중국 교역이 부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두말할 것 없이 중국에서 한국맥주를 키운 것은 8할이 ‘별 그대’다. 치맥으로 홍췐루가 명소로 바뀐 것뿐만 아니라 한국산 맥주 역시 프라이드 치킨과 함께 체험 일순위 핫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별 그대’에 출연한 김수현이 모 맥주 브랜드 광고사진에 등장해 매출을 올리는데 효자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산 맥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이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국 맥주 가격은 355ml 기준 4.5~10위안으로 중국산 맥주보다 약간 비싸고 유럽, 미국산 맥주보다는 가격이 낮아 수입산 맥주 중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프리미엄 맥주 바람이 불면서 중국의 고급 맥주시장을 두고 쟁탈전이 거세다. 외국 주류사들은 중국 토종 맥주기업을 인수하거나 중외합자기업을 설립해 시장을 늘려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AB인베브는 중국 유명 맥주 업체인 스핑진스바이춘성맥주유한공사(四平金士百純生啤酒股份有限公司)의 지분 100%를 인수해 동북지역 유통망을 굳건히 했고, 칼스버그는 2013년 말 2.5억 달러를 투자해 충칭맥주그룹자산관리공사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칼스버그는 2003년부터 서부지역에 진출해 중국에 39개 맥주공장을 운영 중이며 서부지역 맥주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등 이 지역에서 탄탄한 세를 과시한다.
중국인의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토종 맥주브랜드들도 고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대를 높이고 있다. 수입맥주는 중국산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서 대중 음료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맥주 맛을 원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예민해진 식감과 수입맥주를 즐기는 문화로 입지가 차원이 다르게 변했다.
가격면에서 한국산 맥주는 중국산과 수입산의 중간에 껴있다. 수입산 중에서 꽤 경쟁력이 있는 축이다. 중국산 맥주가 가격인상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 한국산 맥주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중국정부가 공금소비를 엄격히 제한하면서 백주와 포도주 시장이 위축된다는 것 역시 맥주시장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백주와 포도주와 맥주가 서로 대체관계에 있다고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치맥열풍으로 한국맥주가 과연 어떤 맛인지 궁금해 하는 중국인들이 많다. 중국시장에서 뿌리내리겠다는 한국맥주의 20여년 숙원이 속시원하게 풀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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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좋죠~~ 날이 더워지니 정말 땡기네요. 중국에 사니 맛난 맥주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