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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군자삼락(君子三乐)

[2006-07-25, 01:02:01] 상하이저널
한국에 있을 때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했다. 초등학생이 아닌 중ㆍ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20년 전이니 지금 만나면 그냥 어린 제자가 아니요, 다들 훌쩍 큰 어른이 되어 있다.
그들 중에는 이미 엄마 아빠가 된 사람도 있고, 이름만 대면 다들 알만한 유명한 야구 선수도 있고, 일찌감치 유학 가서 하버드 캠퍼스를 누비는 아이도 있고, 운명대로 사는 세상이다 보니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이도 있다. 공부 잘하던 잘난 녀석들은 그들대로, 사고 치면 잡으러 다녔던 말썽꾸러기 녀석들은 그들대로 다들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중3때 담임을 맡았던 지금은 20대 중반의 제자들이 집에 다녀갔다.
하나같이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아이들이지만 다들 자기 갈 길을 잘 가고 있었다.
매일 체육관에서 운동이나 하며 쌈박질에는 빠지지 않았던 녀석은 체대 태권도과를 가서 대체군복무로 베트남에 태권도 코치로 가게 되었다고 하고, 남의 자전거나 끊어서 타고 도망갔던 녀석은 제빵 학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배워 빵집 사장님이 되어있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축구만 해서 전교에서 제일 시커멓기로 유명했던 녀석은 지금 상하이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란다. 우리 유학생들이 너무 논다고 걱정까지 하면서.

교사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만 좋아하는 것 같지만 그건 가르치는 그 순간뿐이요, 사실 시간이 흐를수록 딴 짓하고 문제 일으켰던 아이들이 더 생각나고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상이 판검사나 의사처럼 주연급의 번지르르한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재미없고 팍팍할까. 작은 조연급이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이 빛을 발하며 반짝일 때 세상은 살기 좋아지는 것이 아닐까.?

맹자가 말한 군자 삼락 중에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했다. 나는 영재를 가르친 적은 없으나 가르친 아이들 하나 하나가 천하의 영재만큼 귀한 아이들이란 생각은 늘 하며 교단에 섰었다. 맹자가 말한 그 즐거움이 무엇이었는지 시대를 초월한 그 즐거움을 새삼 실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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