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뒤 선거 겨냥 시민단체 조직
중 정부 후보추천위 거쳐야 하는
현 제도 개선 '투표'에 70만 참여 마감땐 유권자 절반 웃돌 수도
중, 분열 초래하는 불법행동 규정 환구시보 "효력 없는 무용한 짓"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후보가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홍콩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요구가 분열을 초래하는 불법 행동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홍콩 시민운동 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지난 20일부터 2017년 행정장관 선거 후보자 추천 방식에 대한 비공식 시민 투표 운동을 벌인 결과 22일 밤 10시까지 69만335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23일 "홍콩 전역에 15개 투표소를 설치했고,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며 "직접 투표소에 나와 투표한 시민이 4만8047명이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투표한 시민이 각각 20만5664명과 43만9643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애초 '센트럴을 점령하라' 쪽이 예상한 참여 인원 20~30만명을 훨씬 웃돈다. 주최 쪽은 투표 마감일인 29일까지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홍콩 전체 유권자 350만명 가운데 200만명 가량이 비공식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투표는 중국 정부의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홍콩 시민이나 정당의 일정한 지지를 얻은 후보자가 선거에 출마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민의를 물으려는 것이다. 주최 쪽은 "투표 참가자가 70만명에 육박한 것은 그만큼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는 것"이라며 "중국 당국이 이를 백안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투표가 끝난 뒤에도 중국 당국이 진정한 보통선거를 약속하지 않으면 7월께 홍콩 중심 금융가의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홍콩의 행정수반이자 최고 책임자인 행정장관은 지금껏 친중국 성향의 선거인단 1200여명으로 꾸려진 후보추천위원회가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친 인사만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규정했다.
홍콩 시민들의 이번 행동에 단초를 제공한 것은 지난 10일 중국에서 출간된 홍콩 백서다. 중국 국무원은 '일국양제인 홍콩특별행정구역에서의 실천'이라는 제목의 백서에서 "헌법과 홍콩 기본법이 규정하는 특별행정구 제도는 특수한 관리제도로서 중국 중앙 정부가 홍콩특별행정구역의 전면적인 관할권을 행사한다"고 명시했다. 또 "홍콩 특별행정구역은 고도의 자치를 시행하지만 중국 중앙정부가 감독권을 가진다"고 규정해, 홍콩 정치 제도에 관한 중앙 정부의 개입을 분명히 했다. 이에 홍콩에서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자치권을 제약했다"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산하의 <환구시보>는 23일 '홍콩 반대파의 공공 투표는 불법적인 것으로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무용한 짓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불법적인 홍콩의 투표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고 해도 대륙 13억 인구에는 못미친다"며 "일부 중국 반대파가 인기에 기대 뜬구름 같은 일을 벌이고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홍콩·마카오 판공실도 20일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일부 홍콩인들이 사익을 추구하며 불법적인 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홍콩의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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