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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형규] 최근 중국의 우수 학생들이 홍콩으로 빠져나가자 베이징(北京)대와 칭화(淸華)대가 서로 최고 명문대라며 홍보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 우수 학생들의 홍콩 유출 이후 대륙에서 일고 있는 두 대학의 2류대 전락 가능성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대는 전국 성.시별 가오카오(高考.대학입학학력고사) 수석 합격자 중 48명이 합격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러자 칭화대도 합격자 명단을 밝히면서 지역과 부문별 수석 합격자 31명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두 대학이 가오카오 수석 합격자 숫자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각 성과 시, 그리고 문과와 이과, 선택 교과별로 수석 합격자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가오카오 수석 합격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
칭화대는 가오카오 수석 합격자 숫자는 베이징대보다 적지만 이과 합격자의 70%가 전국 각 지역 가오카오 성적 10위권 이내라고 강조했다. 이과의 경우 어느 대학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최고의 명문임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베이징대도 문과의 경우 자기 대학이 최고라며, 입학 예정인 가오카오 수석 합격자 48명 중 33명이 문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대학의 합격자 평균 점수가 홍콩 명문 대학들보다 뒤진 것으로 나타나 치열한 홍보전을 무색하게 했다. 홍콩대에 따르면 올해 이과 입학자의 가오카오 성적이 칭화대보다 1점, 베이징대보다 무려 6점이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자 성적을 발표하지 않은 홍콩 과학기술대도 입학자 평균 성적이 중국의 두 명문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달 초 칭화대 수석 합격자가 홍콩대 진학을 결정했다. 또 베이징 명문 고등학교인 인민대학 부속 고교의 경우 올해 성적 상위권 수험생의 10%가 홍콩 대학에 입학원서를 냈다. 지난해에는 베이징과 광둥(廣東)성 가오카오 수석 합격자가 홍콩과기대로 진학했다.
이처럼 중국의 우수 학생들이 홍콩으로 몰리는 것은 풍부한 장학금과 뛰어난 교육 여건, 자유롭고 발달한 서방식 교육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원(中文)대학과 홍콩과기대 등 홍콩 대학들의 4년 장학금은 평균 50만 홍콩달러(약 6000만원)에 이르지만 중국은 평균 장학금 액수가 홍콩의 10%에도 못 미친다. 장학금 수혜자 역시 홍콩의 절반도 안 된다. 이에 따라 칭화대는 올해부터 장학금 수혜자를 대폭 늘리는 등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