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MS·애플 안전성 문제 등 잇단 보도… ‘미 해킹 기소에 맞불’ 관측 속 사이버갈등 격화
중국 정부와 언론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중국은 반독점 시정과 자국 내 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 5월 미국 사법당국이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 5명을 해킹 혐의로 기소하자 '미국 기업 길들이기'로 맞불을 놓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과의 사이버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어 미국의 대응 여부에 따라 양국 간 사이버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 관리들은 지난 28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청두(成都) 등 4곳의 지사를 예고 없이 방문해 문건과 컴퓨터 등을 압수해 갔다고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공상총국은 반독점법과 기업 관련 규제를 담당하는 부서여서 일단 MS의 시장 농단 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쉐커펑(薛克鵬) 중국 정법대학 교수는 "MS가 다른 나라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MS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자세한 설명은 꺼렸다. 최근 MS를 둘러싼 중국 당국과 언론의 보도 양태를 감안하면 이번 조사를 순전히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차원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지난달 초에는 국영 CCTV가 MS의 운영체제인 윈도 8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했으며 심지어 MS가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하는 미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말도 내보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기업 길들이기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중국이 미국 기업들을 쥐어짜고 있으며 미국 첨단 기업들에 가장 뜨거운 시장이었던 중국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기술정책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의 로버트 앳킨슨 회장은 "미국 기업들은 2, 3년 전보다 훨씬 더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월스트리저널도 MS 재무 담당자가 최근 "중국에서 열악한 사업 환경 때문에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사업 환경이 곧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MS는 '해적판'이 중국에 많이 깔려 있어 중국 내 수익이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또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7에 탑재된 '자주 가는 위치 기능'이 중요한 국가 기밀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환구시보는 28일 중국 공직자의 애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IT 평론가 팡싱둥(方興東)의 글을 게재했다. 컨설팅 회사인 BDA차이나의 던컨 클라크 회장은 뉴욕타임스에 "미국 사법부가 지난 5월 인민해방군 군인을 해킹 혐의로 기소한 이후 미국 첨단 기업에 대한 중국의 기세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이전에는 미국의 아이콘 격인 큰 회사들과 싸우기 전 망설였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최근 공세는 미국 기업들의 시장 잠식을 견제하면서 자국 기업들을 보호, 육성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기사 저작권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