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의 초점이 중국 상하이증시를 향하고 있다. 상하이증시가 3년8개월 만에 3000선을 훌쩍 뛰어넘는 등 거침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승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지금과 같은 급등장은 연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일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2.61포인트(2.81%) 오른 3020.26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께 3000선을 돌파한 주가는 장 막판 3041.66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상하이증시가 3000선을 돌파한 것은 2011년 4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9일 상하이증시는 전날 급등세에 대한 부담으로 0.92% 하락 출발했다. 오전 10시30분 현재 전날보다 1.44% 떨어진 2976.63을 나타내고 있다.
◆ 정책 모멘텀에 43% '고공행진'
중국 증시는 올 들어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이달 8일까지 42.7% 급등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부동산 경기 부진, 성장률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모멘텀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8개월 만에 금리인하를 결정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달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금리를 5.60%로, 예금금리를 2.75%로 인하했다. 중국의 금리 인하는 201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시중은행이 자율적으로 부여하는 예금금리의 상한 허용폭을 기존 10%에서 20%로 확대하고, 금리 고시의 기간별 단계도 축소했다.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水+扈港通)' 시행도 주가 상승을 이끄는 요인 중 하나다.
후강퉁 제도가 시행된 후 중국 증시에는 꾸준히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간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려면 적격해외기관투자가(QFII)나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가(RQFII) 자격을 받아야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서만 중국 증시에 간접 투자할 수 있었지만 후강퉁 시행으로 직접 투자가 가능해졌다. 후강퉁 시행 첫날 중국 상하이증시에는 일일 순매수 한도 금액인 130억위안(약 2조3334억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쏠리기도 했다.
김정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이 부진한 경제지표를 발표하고 있지만 상하이증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의 상승세는 홍콩과 상하이간 교차 거래제도인 '후강통' 시행에 대한 기대로, 최근 상승은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지준율 인하 대한 기대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 중국 '불 마켓(Bull Market)' 언제까지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하이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지난 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수출입 지표 등 경제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추가 통화완화 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경기부양책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기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연말에 개최되는 중국의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당 최고지도부와 중앙 및 지방 당정 주요지도자, 국영기업 관계자들이 다음 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회의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 "이번 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정부가 재정적자폭을 확대하면 추가 통화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이 경제공작회의에서 거론되면 상하이증시는 내년 1분기 말 3400~36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과 같은 급등장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연구원은 "정책 기대감이 가중되는 시기에 상하이증시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단기간에 큰 폭으로 뛰었고, 정부 정책이 전폭적인 양적완화보다 경기침체 막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3000포인트 이상부터는 가격 부담이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기사 저작권 ⓒ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