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에 중국발 '디플레이션(D) 공포'가 글로벌 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감 또한 증폭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 디플레 공포가 전세계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24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경제 전문가로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경제고문을 맡고 있는 조지 매그너스는 기고문을 통해 중국발 디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로 전이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중국의 통화정책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각국 정부들의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금리인하'를 통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들 경우, 디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로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년만에 가장 낮은 1.4%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시장 예상치보다 추가 하락한 -2.7%를 나타내 3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PPI 상승률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11월까지 10%나 하락했다.
매그너스는 중국 PPI의 급락은 설비과잉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철강, 판유리, 건설자재, 화학, 비료, 알루미늄, 조선, 태양광패널 등의 생산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물가가 빠르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설비과잉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 전체가 디플레이션에 취약해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발 디플레이션 우려가 이미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상품가격 하락으로 호주에서 페루에 이르는 원자재 수출국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를 비롯한 중국의 수입 규모는 2006-2012년 4배 늘었지만 올해만 연초 대비 15% 줄었다.
이와 함께 매그너스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도 제기했다. 일본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엔화 하락과 이후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주요 이머징마켓의 통화 평가절하 움직임 속에 중국 역시 이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그너스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을 비롯한 서방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 환경을 예상하는 데 실패했고, 물가상승 목표치 달성은 물론 이같은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중앙은행이 정부에 '반디플레이션'(anti-deflation) 바통을 넘겨,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2년만에 단행한 금리인하 조치를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하며, 지준율 인하 등을 통한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디플레이션 우려는 오히려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결국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디플레이션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디플레이션에 대응해 유동성을 풀어 경기부양을 할 경우 경제개혁 조치에서 후퇴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수출경쟁력과 물가를 동시에 띄울 수 있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유럽과 일본의 디플레이션 대응 노력을 무산시키고,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약세를 부추겨 세계 경제를 '환율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내 경제학자들은 최근 위안화 하락은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일 뿐이며,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아닌 외부수요 창출에 의한 디플레이션 탈출정책을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사 저작권 ⓒ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