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외국 생활을 시작 했을 때는 연휴나 명절이 되면 가족끼리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한국에 가느니 그 경비로 가까운 곳이라도 해외 여행을 자주 다니자고 했었다. 그래서 동남아 가까운 곳이나 해남도, 북경 정도는 다녔는데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의 명절모습이 보이면 일 많고 시끌벅적한 그래서 때로는 벗어나고 싶었던 그 자리에 나도 있고 싶었다.
이번 설은 일 많은 남편대신 내가 대표로 한국에서 보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한국에 간다 하면 나는 물건 사러 다니기 바쁘다. 한국에 있는 친척들이야 “사람만 오면 되지 뭘 올 때마다 사 들고 다니냐” 하지만 그래도 모여 앉으면 한국에선 비싼 깨 한 봉지라도 없나 생각하는 것 같고, 동생은 내놓고 “언니, 이번에 뭐 사왔어?” 하며 행여 자기를 빼 놓았을까봐 짐가방을 유심히 본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특이한 선물들을 가방에서 꺼내주는 재미도 솔솔함을 다들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점점 어려워진다. 차 종류는 물론이요, 구슬 슬리퍼, 구슬 가방, 진주 목걸이, 깨, 버섯까지 이미 돌렸고 이제는 마땅히 선물로 돌릴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풍스러운 나무재질의 탁상시계를 돌리기로 했다.
상해 온지 만 3년, 햇수로 4년째에 접어든 나는, 이제 물건 사고 물건 값 흥정하는 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중국사람들이 나보다 더 비싼 가격에 값을 치루는 것을 여러 번 보았고, 단골집도 여럿 확보했으며 물건을 어떻게 그렇게 싸게 잘 사냐는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 넓은 땅덩어리의 속 모를 중국인들을 어찌 내가 이기겠는가? 아무리 가격을 깍고 깍아서 만족스런 값을 치르고 샀지만 어딘가 다른 지방 다른 장소에 가면 같은 물건을 더 싸게 살수 있는 것이다. 하긴 상해는 가게세도 비싸고 인건비도 비싸고…그런걸 생각하면 대충 감안이 되지마는 물건값이 해마다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싼 곳을 발견하니 점점 값이 내려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도대체 중국의 물건값은 얼마가 원가이고, 얼마가 정가이며, 얼마에 사야 적당한가? 이곳에 살면 살수록 정말 궁금해진다.
몇 년 전인지 뚜렷하지는 않지만 나이 많고 앞니까지 부실한 할머니가 영상에 잡히며 “우리 집 장맛의 비밀은 우리 집 메느리도 몰라!” 하던 CF문구. 당시 그 문구는 여러 곳에 패러디 되어 웃음을 주었다. ‘중국 물건 값의 비밀은 그 집 주인도 몰라!’ 양손에 바리바리 물건을 사 가지고 나오면서 뒤는 개운치 않지만 좋아할 가족들의 모습에 그나마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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