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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쓰는 교사 '신현수' 시인

[2015-01-24, 07:17:33] 상하이저널
[책쓰는 상하이]
“내 어머니도 알아듣는 詩를 쓴다”

 

신현수 시인
신현수 시인
 
“시가 어려워진 것이다. 어려운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문제다.”
시쓰는 교사 신현수 시인은 시와 대중과의 거리감이 ‘시인’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여섯권의 시집에서 ‘쉬운 시란 이런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를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평범 그 자체가 시’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신현수 시인은 25년간 6권의 시집을 펴냈다. 1989년 첫 시집 ‘서산가는 길’ 이후 5년마다 한 권씩 출간했다. 작년에 여섯번째 시집 ‘인천에 살기 위하여’를 냈다. 현직 국어교사인 그는 ‘시로 쓰는 한국 근대사’, ‘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등으로 시와 역사의 만남을 통해 한국사에 접근하기도 했다.

 

또 2012년에는 ‘나는 좌파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33편의 시를 추렸다. 예사롭지 않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왼쪽으로 기울어진 삶을 살아왔다. 1989년 전교조 문제로 해직되었고, 그 후 1994년 복직되었다가 인천에서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상임의장을 오랫동안 지냈으며,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쉬운 시를 쓰며 쉽지 않은 시민운동의 선두에 서 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좌파의 자격도 없다”고 말한다.


할머니도 알아듣는 쉬운 시, 사람을 얘기하는 감동의 시를 쓰는 신현수 시인이 상하이 교민들을 만난다. 이달 30일(금) 상하이저널과 함께 하는 <책쓰는 상하이> 강연에서 ‘시란 무엇인가’를 얘기한다.

 

시란 무엇일까.


나는 그동안 ‘시는 집’이라고 생각해 왔다. 집은 편안한 곳이다. 집은 이게 집인지 아닌지 누구든지 다 안다. 집을 지으려면 적당한 벽돌이 필요하다. 벽돌은 언어다. 나는 그 동안 살면서 단 한 번도 나도 모르는 소리를 지껄인 적은 없다.

 

나는 시를 쓸 때 내 어머니도 알아듣는 시를 쓰려고 한다. 그래서 '이게 수필이지 시냐, 이게 무슨 시냐'라고 자책하거나 사람들의 핀잔을 듣지만 나도 모르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보다는 그 쪽이 훨씬 견디기 쉽다. 무슨 소리인지 모를 것이 시라면 결단코 나는 시인이 아니며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

 

나는 그 동안 나무를 그리는 일에는 재주가 없으므로 사람을 주로 만나고 사람을 주로 얘기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사람 중에서도 다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이 그 사람들 언저리에라도 기웃거리는 삶이어야 할 텐데 그게 쉽지는 않다.

 

시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글을 잘 썼다.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지금 비록 삼류에 무명에 얼치기지만 시인이 되었다. 쓰기뿐만이 아니라 읽기, 말하기, 듣기 등 국어의 중요한 네 영역을 모두 잘했다.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썼다. 두 번째 학교에 근무하던 때였는데 대학 선배 중에 시인이 있었다. 그분은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내가 속한 과의 주임이었다. 어쩌다가 내가 노래 가사 비슷한 걸 쓴다는 얘기를 듣고 한 번 보자고 하면서 우리 집까지 따라왔다. 그 분에게 보여주었더니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당장 등단을 시켜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른 한 분을 소개 시켜 주었는데 그 분이 바로 내가 살아가면서 스승 중의 한 분으로 꼽고 사는 돌아가신 야석 박희선 선생이었다. 그분은 기인이었는데 전형적으로 시대와 불화했던 분이었다. 어쨌든 나는 그 분의 도움으로 한 계간지의 추천을 받아 문단이라는 데를 나오게 되었다.

 

요즘은 시와 대중들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결단코 시가 어려워진 것이다. 단연코 어려운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문제다. 자기들끼리 암호 풀이 하듯 쓰는 시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좋은 시는 감동을 주는 시다. 감동하려면 소통해야 한다. 무슨 소리인 줄 모르는데 어떻게 감동이 가능하겠는가? 시는 쉽게 써야 한다. 맥락이 약간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아는 것을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인슈타인의 이 말에 적극 동감한다.

 

5년마다 시집 한 권씩 내야겠다.


그 동안 살면서 단 한번도 내 시를 잡지 등에 실어달라고 그 누구에게도 부탁한 적이 없다. 시집을 내달라고 한적도 없다. 이것은 자랑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나 나름대로 지켜온 문학과 관련한 하나의 원칙이라고 할까. 아직도 나는 글은 그냥 혼자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기회가 닿으면 발표하고(안 닿으면 계속 혼자 쓰고), 그것이 쌓인 후 기회가 닿으면 시집 묶고,(안 닿으면 안 묶고) 그러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다보니 5년마다 시집을 내게 됐다. 그래서 내심 5년마다 한 권씩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운좋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왔다.

 

상하이 교민들이 자랑스럽다.


지난 2009년에 상하이와 쑤저우, 항저우, 주장 등을 여행한 적이 있다. 상하이는 와이탄 등의 전통과 푸동 등의 현대가 잘 조화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민들의 중국에서의 활동상을 보면 눈부실 지경이다. 특히 박상윤대표의 ‘선한 영향력’은 말 그대로 상하이 교민 사회뿐만 아니라 본국에까지 커다란 영항력을 끼쳤다. 박대표를 비롯한 상하이 교민들이 자랑스럽다.

 

▷고수미 기자


<책쓰는 상하이 7강>
시와 노래가 만나는 상하이 밤 詩콘서트
1부 <서른아홉, 다시 봄> 곽미란 출판기념회 오후 7시~7시45분
2부 <시란 무엇인가> 신현수 시인 특강 오후 8시~8시30분
3부 시 낭송, 노래 콘서트(장재흥 시인 외) 오후 8시40분~
• 일시: 1월 30일(금) 오후 7시
• 장소: 타이키(Tyche's Coffee)
          合川路2889号D2(5433-9236)
• 문의: 6208-9002
• 참여신청: www.shanghaibang.net→ ‘책읽는 상하이’ 게시판

 

 


<신현수 시인>
1985년 ‘시와 의식’에 <서산 가는 길> 등 5편의 시가 박희선, 김규동 시인에게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서산 가는 길(1989)>, <처음처럼(1994)>, <이미혜(1999)>, <군자산의 약속(2004)>, <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한다더니(2009)>, <인천에 살기 위하여(2014)> 등이 있다. 엮어 지은 책으로 <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시로 쓰는 한국 근대사1, 2>와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용운> 등이 있으며, 시선집으로 <나는 좌파가 아니다(2012)>가 있다. 현재 부광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사)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으로 있다.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인천 사람을 중심으로 인천의 문화를 발굴하고 형성하려는 단체다. 흔히 인천에는 인천 사람, 인천 문화가 없다고 한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니 분명 문화가 있을 텐데, 그런 것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인천을 다시 보고, 새로 보는 작업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법인을 만들었다. 인천을 알아보자는 취지로 한 달에 한 번, 넷째 주 목요일마다 ‘인천숲포럼’을 꾸준히 열고 있다. 부평과 강화, 중구 등 그 지역을 잘 알고 있는 강사를 섭외해 지역에 얽힌 얘기를 들었고, 인천의 현실과 과제가 무엇인지를 중심에 놓고 포럼을 열고 있다. 봄과 가을엔 소풍을 겸해 인천지역을 답사한다. 강화, 덕적도, 교동도 등을 다녀왔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저자초청 인문학콘서트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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