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5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건강의 섬 완도'라는 문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한민국 남해에 위치한 완도는 연륙교가 놓여져 있어 배를 타지 않고도 쉽게 갈 수 있다. 차에서 내려 발을 내딛는 순간 건강하다는 완도의 자랑이 과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가슴 깊이 스며드는 푸른 공기가 벌써부터 건강한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완도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로 여행객들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수많은 유적, 풍부한 수산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빙그레 웃을 '완'(莞)자를 사용하는 완도. 완도의 풍부하고 푸른 기운에 여행 시작 전부터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해상왕 장보고의 흔적들
해상왕 장보고를 빼놓고 완도를 설명하는 것은 앙꼬없는 찐빵에 불과하다. 9세기 통일신라의 장보고 장군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해상왕국의 신화를 꽃피운 인물이다.
청해진의 본거지인만큼 완도 곳곳에서는 장보고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장좌리 앞바다의 작은 섬 장도는 청해진의 전진기지 및 초소 역할을 했던 곳이다. 다리를 건너 장도에 들어서면 복원된 청해진 유적이 눈에 띤다. 청해진 토성의 흔적들은 찬란했던 당시의 영광을 대변한다. 장도는 사적 제308호로 지정돼있으며, 하루 두 차례 썰물 때에는 바닥이 드러나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장도 맞은편에는 장보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장보고기념관이 있다. 장보고기념관에는 청해진 유적지에서 발굴한 각종 유물이 전시돼있으며 고고학적 자료와 문헌 등을 통해 장보고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기념관을 돌다보면 당시 바다를 제패했던 그의 개척정신을 엿볼 수 있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청해포구도 장보고 관련 관광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드라마 해신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게 됐으며 최근에는 영화 명량의 촬영지로 또 한번 주목을 끌었다. 아담한 포구에 자립잡은 청해포구는 통일신라시대의 거리와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시원한 해안 풍경과 어우러진 작은 어촌은 신라시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느리게 걷는 푸른 섬, 청산도
완도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 정도 푸른빛 남해의 정취에 흠뻑 취해있다 보면 어느새 청산도 도청항에 도착한다. 주민 2000여명의 작은 섬 청산도는 연간 40여만 명이 찾는 인기 여행지다. 청산도가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느림을 통해 삶의 행복과 여유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로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인증받은 느림의 섬이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푸른 섬이다.
청산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천천히 걸어야 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다도 파랗고 산도 파랗고 하늘도 파란 섬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초록빛 보리밭이 출렁거리고 노란빛 유채꽃이 물결치는 봄은 걷기에 최적의 시기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시원한 바람의 손길, 코끝을 스치는 향긋한 꽃향기에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청산도 곳곳에서는 초분(草墳)이라는 작은 무덤이 눈에 띤다. 초분은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짚을 묶은 이엉으로 덮었다가 2~3년 뒤 뼈만 추려 땅에 묻는 장례문화다. 바다에 나가 있을 때가 잦아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청산도만의 독특한 풍속이다.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구들장논도 청산도를 대표하는 생활양식이다. 구들장논은 한옥 온돌방의 구들장처럼 돌로 구들을 만든 뒤 그 위에 흙을 덮어 논을 만든 것이다. 흙 위로 농사에 필요한 만큼의 물이 고이고 남는 물은 아래쪽 논과 돌 틈으로 흘러내리게 돼있다.
청산도에 왔으면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보적산에 올라가야 한다. 보적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남해의 풍경이 여행의 피로를 달아나게 해준다. 맑은 날에는 저 멀리 제주도도 볼 수 있다. 어미 범이 뒤따라오는 새끼 범을 돌아보는 모습의 보적산 범바위는 나침반이 움직이지 않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범바위는 앞바다의 강한 자성으로 인해 나침반이 빙글빙글 돌며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신비의 장소다.
돌담으로 아기자기한 가옥들이 즐비한 상서돌담마을과 영화 서편제 촬영장소로 유명한 당리마을 등도 놓쳐서는 안될 명소다.
◆건강의 맛 자랑하는 청정해양의 보고
금강산도 식후경. 완도 여행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건강의 맛을 경험하는 것이다. 역사적 유물과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완도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은 다양한 수산물이다. 완도의 푸른 바다는 서해와 남해가 교차하는 청정해역으로, 총 2200여종의 바다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완도는 전국 최대 규모인 23만 5000톤의 수산물 생산량을 자랑한다. 수많은 수산물 중 특히 어패류와 해조류 사업이 활성화돼있다. 간석지가 광대하고 기후 조건이 양호한 전국 제일의 수산 양식장에서 싱싱한 전복과 김, 미역, 다시마 등이 자란다. 이 외에도 톳과 매생이, 넙치, 해삼, 굴 등 250 여종이 넘는 수산물이 최고의 맛을 뽐낸다.
특히 완도 전복은 전국, 아니 세계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오독오독 씹히는 살은 입안 가득 바다 향을 퍼뜨린다.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구운 살은 고소함까지 더해준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은 전복은 감히 패류의 황제라 불릴 만하다.
톳밥에 김과 미역, 꼬시래기, 멸치 등 완도 바다에서 나온 수산물로 한상 가득 차린 백반도 맛봐야 한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깔끔하고 담백한 자연의 맛에 영양까지 더해져 일품이다. 완도 해산물로 무친 매콤한 물회도 입맛 돋구는 맛을 자랑하며, 해조류로 만든 면발을 사용하는 국수도 한번쯤 먹어봐야 할 별미다.
◆난대식물 서식하는 친환경 상록수림
완도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림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초록빛 섬이다. 상록수림의 영향으로 완도는 대도시의 50 배가 넘는 산소음이온을 방출한다. 전국 최대 산소음이온을 방출하는 완도는 진정한 친환경 섬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완도는 희귀 난대식물 700여종이 집단으로 자생하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간직하고 있다. 난대식물을 보기 위해서는 국내 최대 난대림 집단자생지이자 유일한 난대수목원인 완도수목원을 방문하면 된다.
수목원 입구에서부터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식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깨끗하게 정비된 산책로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푸른 숲내음이 지친 심신을 치유한다. 온실과 식물원에서는 소나무와 참나무 등 온대성 식물부터 후박나무, 비자나무 등 아열대성 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물군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발길을 돌려 완도항으로 가면 푸른 나무가 빼곡한 작은 섬을 발견할 수 있다. 손에 닿을듯 가까운 곳에 외로이 홀로 떠있는 섬, 주도다. 작은 구슬같이 아름다운 주도는 섬 전체가 난대상록수림이라 천연기념물 제28호로 지정돼있다. 수백종의 상록수림이 잘 보존돼있으며 보호를 위해 접근이 제한돼있다. 하지만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항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준다.
◆새로운 랜드마크, 완도타워
완도타워는 완도의 상징들 중 하나다. 동망산 정상에 우뚝 솟은 완도타워는 지난 2008년 준공된 후 완도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51.4m, 아파트 17층 높이의 완도타워 꼭대기에 올라가면 아름다운 완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얀 하늘 아래 푸른빛 바다와 초록빛 산림, 크고 작은 섬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도만의 절경을 뽐낸다. 완도타워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 역시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해무가 가득한 아침바다를 꼭 경험할 것을 추천한다. 해무가 낀 아침바다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푸른빛 바다에 웃고 초록빛 산림에 웃으며 건강의 맛에 웃을 수 있는 섬, 완도는 남해의 보석같은 곳이다. 푸른 바다, 푸른 녹음과 함께 푸른 맛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몸속 깊숙이 건강한 기운이 가득한 것을 느낀다. 자연과 전통을 오롯이 보존하고 있는 완도는 오늘도 여행객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선사한다.
기사 저작권 ⓒ 밴쿠버 조선일보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