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한창 방학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 방학'은 '엄마들 개학'이라고 밖에서 점심 먹자는 약속도 뜸하고, 평일에 아줌마들 싸게 치는 골프장도 한산한 것이 더운 날씨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 친척 꼬마들이 놀러와 더 북적거리고 분주해진 집도 있지만 반대로 이사 나간 집처럼 더 조용해진 집도 있다. '나 홀로 집'을 지키는 아빠들만 지내는 집이다.
방학인데 상해에만 있을 수 없어서 엄마는 아이들 데리고 벼르던 외국 여행도 가고, 그것이 안되면 한국이라도 겸사겸사 다니러 간다. 게다가 성수기 비행기 값이 만만치 않으니 한번 움직이면 본전 생각 안 날 만큼 엉덩이 무겁게 주저앉아 있다가 와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 생각이기도 하다.
또, 방학이 길다보니 큰애들 있는 집은 '집중 단기 코스'나 '특례입학' 전문 학원을 다니기 위해 아예 두 달은 엄마와 아이 모두 한국에서 보내는 집도 있다. 형편상 대학생 아이만 한국에 두고 오신 분은 반찬도 해주고 한번씩 들여다봐야 한다고 가서는 한 달이 되도록 안 돌아오시기도 한다.
이래저래 직장에 매인 아빠들만 여기에 남아서 가장으로서의 본분과 직장인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고 계신 듯 하다. 세상의 모래알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흑백으로 양분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가 본 상해의 아빠들은 정말 착하고 가정적이시다. 누구 집이라고 할 것도 없이 아이들 위해서는 본인들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해 주고, 아내의 말과 의견을 잘 따라 주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모습도 자주 본다. 속이야 어떻든 겉으로 보이는 그것만으로도 그분들은 충분히 훌륭한 아빠요, 남편의 모습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고, 독신의 외로움과 한가함, 몇 시까지 집에 들어가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규칙 없는 생활을 낭만처럼 즐기고 싶을 수도 있다. 남편들은 어떻게 하냐는 내 걱정이 무색한 일인지도 모른다.
"요즘 혼자세요? 혹시 외롭진 않으신가요?" 설마 이런 유흥가 문구에 현혹되어 낮보다 더 현란한 상해의 밤문화를 누비고 다니는 것은 아니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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