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중국 대학 졸업생의 3분의1 이상은 "돈만 많이 들었지 배운 것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대학에 간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부분은 후회하는 이유로 4년이라는 귀중한 시간과 비싼 학비를 들였으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유용한 것을 배우지 못했다", "4년이나 공부하고 나왔는데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들었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와 인터넷 포털 등신망(騰訊罔)이 8천7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4.7%가 자신이 대학에 간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후회한다'는 회답자의 절반이 넘는 51.5%는 대학 재학중 "유용한 것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몇 년 전 상하이교통대학과 칭화(淸華)대학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류시라(劉西拉) 교수가 두 대학의 성적이 우수한 4학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3분의 2나 되는 학생들이 3학년까지의 과정에 대해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한 중문과 학생은 "공통과목에 대한 요구가 너무 많아 영어를 공부하는데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면서 "고한어(古漢語) 전공 학생에게 왜 그렇게 높은 영어 수준을 요구하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대학에 간 것을 후회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4년 동안 공부하고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 이렇게 회답한 사람이 39.2%나 돼 대졸자의 심각한 취업난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대학 졸업자는 2001년 115만명에서 2003년 212만명, 2005년 330만명, 2006년 413만명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미미한 증가에 그치고 있어 취업난이 중대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졸자들이 기대하는 월 임금수준도 2001년엔 2천500-3천위안이던 것이 점차 1천위안, 800위안, 500위안으로 떨어지고 심지어는 '무임금 취업'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반대로 대학의 학비는 1994년에만 해도 연간 몇 백위안에 불과했으나 그 이후 계속 올라가 지금은 5천-8천위안으로 10년 동안 무려 20배 가량 상승했다. 대학 4년간의 학비도 4만-8만위안으로 뛰었으나 "대학의 질과 학비가 부합되지 않는다"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재미 있는 것은 조사 대상자의 47.6%는 대학에 간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만약 다시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역시 대학에 가겠다'고 답한 사람은 6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점.
여전히 대학에 가는 길을 선택하겠다는 한 대졸자는 "현재 일자리를 찾으려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명언' 하나를 소개했다. "대학에 가면 4년을 후회하고, 가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한다."
이제 중국에서도 사회의 통념이었던, "대학에 진학해 졸업하면 좋은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따라서 생활도 보장받는다"는 등식이 거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