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남규기자] 중국 경제정책 당국의 고민은 경기과열이 아니라 과잉 투자이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중국경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나라 경제정책 당국자들은 경기변동 상의 과열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특정 부문의 과잉 투자를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11.3%에 이른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제 금융기구 등이 중국의 경기과열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법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이 인터뷰한 중국 경제관료들은 과잉 투자가 해소될 경우 금융회사의 여신이 부실화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그들은 미국 경제가 지금까지 예상과는 달리 빠르게 위축되고, 세계경제 불균형이 급격하고 무질서하게 진행되는 것도 두려워하고 있다.
◇ 기존 긴축정책의 효과를 일단 지켜볼 전망
최근 총통화 증가율 등을 볼 때 중국 정부가 실시한 긴축정책이 일정 수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세계은행은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위안화 변동폭 확대와 공격적인 금리 인상 등 강한 처방에 앞서 기존 긴축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낼지 지켜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중국 정부는 쉽사리 총수요 억제정책을 채택하는 데 망설이고 있다. 총수요를 급격하게 줄이면 수입이 줄어 현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수지 흑자가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등의 정치적 압력이 가중될 수 있을 것으로 중국 경제 관료들은 판단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위안화 변동폭을 더 확대하기도 전에 최근 위안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인 덕분에 중국 관료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약간은 완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국내 경제 균형회복에 초점 맞출 가능성 높아
현재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투자가 대부분 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고, 또 일부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경제관료들은 이런 점을 들어 과잉 투자가 경제전반에 큰 충격을 미치지 않고도 해소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국내 소비를 촉진하고 투자효율을 높이며, 내수 부문으로 투자를 돌리는 국내 균형회복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또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현재 투자의 양적인 증가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부문의 균형을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하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