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6-08-26 13:05]
(::중국 1위 기업 ‘바오스틸’ CEO 셰치화::) 며칠 전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500대 기업’ 명단에 당당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제철그룹인 바오스틸(寶鋼集團)이었다 . 바오스틸은 지난해 1760억위안(약 21조1200억원)의 매출을 기 록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중국은 바오스틸과 중국 경제에서 불 멸의 최고경영자(CEO)로 기록될 셰치화(謝企華) 회장을 향후 중 국 기업 및 기업인의 전범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것처럼 셰치화 회장은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한국 철강신화의 주인공인 박태준 전 국무총리는 “셰 회장이야말로 중국에서 전무후무한 여성 CEO일 뿐 아니라 세계에 서 가장 훌륭한 경영인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한 일이 있다. 박 전 총리는 요즘도 중국에 가면 셰 회장을 종종 만나 서로 한국과 중국에서 철강신화를 이어간 경험담을 나누곤 한다고 밝혔다.
그가 세계적인 명사 반열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셰 회장은 중국 국영기업에서는 유일한 여성 CEO이며, 세계 철 강업체 매출액 순위 6위 기업을 이끌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의 경 제 전문 ‘포천’지가 미국 이외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한 ‘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에서 2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도수 높은 안경에 단구(短軀), 미혼에 수수한 외모, 부드러운 말 투…. 그를 만난 사람들은 첫 인상을 이렇게 말한다. 정말 그는 평범한 가정주부같이 편안한 인상의 소유자다. 하지만 내면에서 나오는 말은 결코 약하거나 부드럽지만은 않다. 셰 회장의 꿈은 바오스틸을 세계 최대 최고의 제철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자신을 죽이고 공을 앞세우는 ‘우워(無我)’ 의 태도가 셰 회장의 꿈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고 있 다.
“바오스틸그룹의 바오산(寶山)강철은 5년 내에 연간 3000만t 이 상의 강철을 생산하는 세계 3대 철강업체로 우뚝 솟을 것이다.” 올해 63세인 셰 회장은 가는 곳마다 이렇게 소신을 밝힌다. 셰 회장은 지난 6월 말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한·중 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했을 때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세??3대 철강업체’로의 발돋움을 역설했다.
셰 회장은 중국 중앙정부나 언론을 대할 때마다 바이오스틸의 대 형화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중국의 한 해 철강생산량 은 3억5000만t으로 전세계의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대 철강 업체인 바오스틸은 아직 세계 6위 수준에 불과하다.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발전하려면 대형화가 시급하다.” 그는 “먼저 3000만t을 하고 또 4000만~5000만t으로 계속 규모를 키워나가겠다 ”고 말했다.
이 같은 꿈이 있기 때문에 셰 회장은 세계 1위와 2위 철강회사인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합병에 대해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모 습을 보여줬다. 중국에서 충칭(重慶)강철과 인수합병 협상을 진 행하고 있는 셰 회장은 “설비 규모를 늘려 중국 서부 지역에서 의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상하이(上海) 출신인 셰 회장은 명문 칭화대(淸華大) 토목공학과 를 나왔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인 1966년 중국 대륙은 문화 혁명의 거센 소용돌이에 휩쓸렸고 셰 회장 역시 이 여파에서 자 유로울 수 없었다. 변두리인 서북부 산시(陝西) 지방의 작은 철 강공장에서 무려 12년을 보내야 했다. 그가 바오산강철에 입사한 것은 문혁이 끝난 후인 1978년의 일이다. 1998년에 사장으로 승 진했고, 2003년에는 그룹 회장직에 취임했다.
앞으로 한국과 셰 회장의 바오스틸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가 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들과 일본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 생산업체들 간의 가격 협상이 장기화하면 국내 조 선업계가 중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7만t 가량의 중국 후판을 들여온 현대중공업은 이미 바 오스틸 등과 접촉해 올해 최대 50만t까지 수입량을 확대할 방침 을 세웠다. 이렇게 되면 향후 한·중·일 3국 간 후판 수급구조 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바오스틸 , 그리고 셰 회장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