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최근 수개월 사이에 기업인수와 금융, 소매,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자본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등 이전과는 다른 성격의 외국자본 규제정책을 내놓고 있어 외국기업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저널은 최근 중국 정부가 취한 일련의 정책은 반외국자본 정서에 편승해 내놓았다기 보다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자국 기업 지원과 빈부격차 같은 국내 문제 해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정부가 외국자본 정책에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지도부는 다시 폐쇄된 경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근 나온 외국자본 규제정책이 지도부의 새로운 사고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저널은 부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외국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자국 내 자동차업계에 대해 자국 브랜드 육성과 자체생산개발 지원을 위해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생산설비 확장을 불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제너럴모터스(GM) 등과 합작관계에 있으나 최근 들어 독자 브랜드 생산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하이자동차 같은 업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형 체인업체의 매장확대 규제도 중국 내 소매업체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실행되면 월마트와 까르푸 같은 외국계 소매업체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밖에도 외국계 기업의 인터넷 사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소매금융 영업점 확대에 따른 외국계 은행의 비용부담 증가를 목표로 한 일련의 조치들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가 부과한 의무이행이 끝나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시장개방을 위한 개혁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거나 아예 개방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이후 다른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외국기업의 자국시장 진출을 허용, 현재 외국투자를 받아 설립된 기업만 28만여개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중국진출이 지난 수년간 이미 정점에 달한 상태여서 더 많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인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분석가들은 외자유치 확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 당국이 규제 쪽으로 정책적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 때문에 중국의 개방정책 지속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상무부 국제무역 담당 차관인 프랭크 래빈이 이달 초 베이징을 방문, 외국자본의 투자를 제한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조치에 대해 "걱정스런 경향"이라면서 중국 지도부가 외국기업에 유리한 추가 개혁을 선호하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로 해석되고 있다.
저널은 그러나 최근 나온 외자규제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가 체계적인 외자규제에 나섰다기 보다는 업계의 상황에 따라 임시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시장개방 확대 찬성론자들을 언론매체에 자주 노출시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