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유전자 풀을 갖고 있는 나라의 하나로 손꼽히는 중국의 과학자들이 자국 내 54개 소수민족으로부터 채취한 8천개 이상의 DNA 샘플로 유전자은행을 완성했다고 신화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 성도 쿤밍(昆明)에 있는 윈난대학 샤오춘제(蕭春杰) 교수는 이 소수민족 유전자은행이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4년간에 걸쳐 건립된 중국 최대의 소수민족 유전자은행이라고 밝혔다.
'중국 소수민족 DNA은행' 구축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샤오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민족이 사라지거나 혼혈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유전자은행은 인류의 유전자 다양성 보존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유전자은행은 세계의 각 민족이 끊임없는 분산, 융합, 소실로 급격한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지난 1980년대 이후 인류학자, 유전학자, 민족학자들에 의해 현존하는 민족과 그 분지(分枝)그룹, 격리그룹 등의 영구적인 유전자은행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샤오 교수는 윈난성이 소수민족 유전자은행 건립의 근거지가 된 것은 중국 전체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족을 포함해 모두 55개(대만 고산족 제외)에 이르는 민족 가운데 25개 민족이 산악지대와 원격 오지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세계적으로도 인류 유전자원이 가장 풍부한 나라의 하나지만 현재 각 민족이 유실, 혼합, 소실될 위기에 처해 있어 이번에 건립된 유전자은행이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긴요하다"면서 "일부 지역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적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유전자은행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고혈압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유전자가 고장 나면 무려 6천600가지 이상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관상동맥 심장병을 비롯한 당뇨병, 암, 자체 면역결핍 질병 등 다수의 치명적 질병이나 만성병은 복수의 유전자 질서가 깨질 때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