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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디어 마이 프렌드

[2016-07-25, 19:06:19] 상하이저널

큰 아이 특례 입시 때문에 두 달 한국에 나와 있다. 1년에 한 번 한국을 방문하기를 20년, 출산을 제외하고는 1~2주 한국에 머물곤 했는데 처음 도착해 정신 없이 온라인으로, 방문으로 원서와 서류를 접수하고 나니 20년 만에 내게 휴가가 주어졌음을 보게 되었다. 가족이 한국에 나가 있어서인지 남편도 유난히 한국 출장을 기다리는 눈치다.


원서 접수를 마무리 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이제 친구들을 만날 차례다. 상해에 있을 때 갈색종이라는 수술을 받았던 Y를 만나기 위해 부천에 있던 친구 L과 천안을 방문했다. 두 사람 모두 직업을 갖고 있는데 다행히 목요일 오전 둘 다 근무가 없었다. 셋이서 만난 건 20년 만인데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랑 비슷하다는 것이 놀랍다. 세월의 간극만큼, 모두 엄마가 된 만큼, 입시 때문에 들어온 만큼 맨 먼저 아이들 근황으로 수다가 시작 되었다. 유난히 마음이 맞았던 친구들인지라 셋이 모이니 서너 시간이 10분처럼 지나가며 그 다음 만날 사람이 또 자연히 정해졌다.

 

평소 아끼던 후배 H가 건강검진 중에 폐에서 3센티 종양이 발견되었단다. 내 나이가 그러나 보다.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해야 되고 병원 신세를 지는 지인들 소식을 들어야 되는 나이. 그래서 아산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로 한 H와 동행했다. 상해에서 몸이 아파 병원에서 검사를 기다릴 때 같이 가 주었던 지인이 얼마나 의지가 되었는지 기억이 났다. 2년 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는데 2년 만에 3센티나 되는 종양이 가정 주부의 폐에 생겼다는 것이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H와 함께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H에게 나의 동행이 격려가 되었기를 바라며 분명 잘 이겨내리라. 그리고 나 또한 세월을 거스리지 않고 한국에 오면 반드시 거치는 건강 검진을 예약했다.

 

모두가 나만 기다린 건 아닐텐데 한국에 들어오면 시댁, 친정만 오가다가 서울 한복판에 두 달 자리잡음이어서인지 매일 나의 사랑하는 친구와 지인들을 만난다.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을 열심히 키워 내며 참으로 열심이다. 두 달의 시간이 주어져서인지 대한민국 곳곳이 처음으로 차근차근 내 눈에 담아진다. 병원 순례와 은행 업무, 친지 방문이 끝나고 1주가 지나면 상해 집으로 가고 싶어 늘 좀이 쑤셨다. 두 달을 있어야 한다 미리 정하고 와서일까? 반가운 얼굴들과의 대면과 즐거운 교제 때문일까? 상해 집이 그립지 않기는 처음이다. 20년 가까이 떠나 있다 보니 고정 거처인 상해가 내 집으로 각인되어 늘 돌아갈 날만 세었는데 태어나 28년을 산 대한민국이 나의 고국이 맞나 보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 해 비슷한 또래를 둔 친구와 친구의 아이들과 뮤지컬 <위키드>를 보러 갔다. 상해에 있던 남편이 적극적으로 추천한 뮤지컬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막내가 뮤지컬 주인공을 맡아서인지 온 가족이 영화보다 뮤지컬 공연 보는 데 적극적이었던 것이 한 몫 했다.


비싼 가격에 놀랐는데 몇 좌석 안 남기고 매진이라는 사실에 더 놀랐다. 워낙 감상평들이 좋아 가격에 갈등하며 남은 A석 좌석을 예매했다. A석이 3층 오른쪽 날개임을 확인하며 아이들의 실망한 눈빛을 온 몸으로 느꼈다. 무대가 너무도 화려했기에 아이들의 아쉬움이 컸던 듯 하다. 3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의 얼굴엔 감동과 감사와 환희가 넘쳐 있었다. 엄마들이 친구여서일까? 좋은 공연을 공유해서일까? 아이들은 이미 친구가 되어 있었다. 평범한 나의 친구들과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20년만의 휴가가 옥수수 알 영글 듯 익어간다.  또 보자 친구들아!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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