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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그리고 중국진출 한국 기업이 버려야 할 구습

[2016-08-05, 21:36:19] 상하이저널

[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
김영란법 그리고 중국진출 한국 기업이 버려야 할 구습

 

술~술?술!


중국인에게서 들은 낯뜨거운 이야기다. ‘한국인을 상대하는 팁’이란 책자가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제목과 출처는 모르겠다. 그 책에 따르면 한국인과 비즈니스를 할 때, 1단계, 무조건 첫 날에 실신하도록 술을 먹인다, 2단계, 다음날 아침에 계약서를 들이민다, 3단계, 쉽게 사인을 받는다는 요지의 책이라 한다.


중국에 있는 기업인들은 한 번 이상 경험해봄직한 공통된 경험이 있다. “아무개 부장님, 술 잘하시지요? 여기 중국의 명술이 있습니다. 도수는 높지만 다음날 깔끔합니다. 오늘 제대로 한 번 드셔보시지요” 이후 52도나 되는 고량주(백주)가 큰 잔으로 오가고 경쟁하듯 원샷을 한다. 한국인들은 착각한다. 그들도 평소에 그렇게 술을 들이킨다고. 일부 중국의 북방 지역에는 있는 문화이지만, 대부분의 중국 지역에는 맞지 않는 관행이다. 그렇게 우리는 중국에서도 원치 않는 술고래가 되어가고 있다.

 

창피한 술문화와 비즈니스 관행


돌이켜보면 중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신입사원 시절부터 조직의 팀장 시절까지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술 문화에 휩쓸린 점이다. 신입사원 첫 날부터 실신하도록 술을 받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이 술 자리에서 이루어졌고, 술을 못하면 팀장이나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조언도 많이 들었다. 술에 취하면 누구나 실수를 할텐데, 서로의 실수를 눈감아 주고 함께 실수를 하면서 동지애를 쌓았던 시절이 가장 후회스럽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술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내가 속한 IT업계는 더더욱 주스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도 비즈니스가 가능한 영역이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인들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과 술문화의 변화


한국의 상황을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이번 김영란법은 필요한 조치였다는 사견이다. 3/5/10만원 규정이 다소 적용이 까다로울 수 있지만, 시행령이라 하니 차차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다. 이제 한국의 기업인들도 원치 않는 술자리와 과도하게 길어지는 술자리 대신에, 가정을 돌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세상이 변하고 있고, 한국의 성장도 꺾였고, 청년들은 취업도 창업도 힘겨워하는 이 시대에 ‘부어라 마셔라’ 술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그 정력으로 우리는 좀 더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중요한 의사결정도 정신이 맑은 낮에 이루어져야 한다.

 

또 다른 구습, 의전과 수직문화


중국의 지사장들이 목숨을 걸고 잘 해내야 하는 것이 바로 ‘의전’이다. 본사의 대표이사, 임원 등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을 잘 모셔야 자리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문화가 과연 어느 나라에 또 있는지 의심스럽다. 상사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성심껏 자리를 마련하고 스케줄을 어랜지하는 것이야 욕먹을 일이겠는가? 하지만 한국의 의전 문화는 도를 넘어섰다. 중국에 진출한 지사장은 중국 비즈니스를 잘 하고 중국 비즈니스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본사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 소비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서는 직원이 사장보다, 팀장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매일 칼퇴근을 해도 무능한 직원은 아니다. 바로 한국의 ‘눈치문화’ 때문이다. 한국에서 직급이 낮은 사람은 감히 상위 직급자보다 먼저 퇴근하면 안된다는 불문률이 있다. 일이 없어도 함께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 예의인 회사가 많다. 조선시대의 예의범절이 아닌가?


이러한 모습은 한국인이 버려야 할 상하 수직문화의 단편이다. 수직문화는 군대문화를 경험한 남성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 그리고 이곳 중국에서도 그러한 수직 문화를 적용하려 든다. 가장 위험한 시행착오다. 지금 세상을 바꾸는 거의 모든 글로벌 IT 기업들은 ‘수평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나이, 직급에 상관없이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 나이가 어려도 더 인사이트가 있을 수 있고,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장도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아주 쉬운 새출발이 될 것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과 기업인들만큼은 한국의 문화와 다른 기업 문화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중국인 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그들의 잠재력을 120%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회식은 저녁에 하지말고 점심에 하라. 직원들의 사생활과 술을 먹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

 

김영란법이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영란은 대한민국 법조인으로, 2004년 8월 25일,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법관으로 임용되었다. 사법연수원 2, 3기 출신들이 거론되던 대법관 자리에 60여 명의 선배들을 제치고 임명되었기 때문에 이 인사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김영란 법의 핵심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이는 기존의 형법상 뇌물죄보다 한층 강화된 것으로, 그동안에는 ‘스폰서 검사'나 ‘벤츠 여검사’ 사건에서처럼 공직자가 금품 수수를 했더라도 공직자의 직무와 상관이 없다며 무죄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란 법에서는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와 관련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하도록 했다.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의 경우에는 직무관련성을 따져 해당되는 경우만 과태료(2배 이상 5배 이하)를 물게 된다. 또 금품을 제공한 사람도 똑같이 처벌되며, 공직자의 배우자를 통한 금품수수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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