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중국이 올해말로 예정된 금융시장 개방에 제한을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각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시장개방이후 2조달러 규모의 위안화 예금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중국 금융당국이 순순히 시장을 열어줄 것 같지 않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최근 외국 금융기관들이 중국에서 소매금융을 하려면 10억위안 혹은 1억2천330만달러의 최소 자본금 요건을 갖추고 법인화를 하라는 새로운 규제안을 내놓았다.
또 은행들이 소매금융에 참여하더라도 100만위안 이상의 정기예금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제안도 제출해놓고 있다.
이들 규제안은 중국 국무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중국 은행당국의 법인화 요구는 예금자 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이 돼야 예금자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에 대해서는 중국 금융당국이 강화된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배경이다.
중국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이미 11개 지점, 1천700명의 직원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은 수용할 태세다.
이 은행의 대변인인 크리스탈 치안은 5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 은행당국이 법인화를 요구한다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중국은 우리에게 있어 이미 가장 중요한 시장이며 중국시장에서 영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은행들은 아직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주저하고 있다.
HSBC의 대변인인 창 단단은 "우리는 아직 그 초안을 검토중에 있다"고 말하고 "검토가 끝나기 전에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당국이 외국 금융기관에 대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초안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금융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영은행들이 선진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의 지명도 있는 금융기관과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의 고위 관리인 후제는 최근 파이낸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인화 요구는 금융당국의 감독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는 현재 70개 외국금융기관이 230개의 지점을 내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외화대출과 외화예금으로 업무가 제한돼 있으며 25개 주요 도시에서 기업들에 대해서만 위안화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규제초안이 승인되면 미국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산업은행 상하이(上海) 지점에서 근무하는 임재묵 차장은 "법인화 요구나 법인화를 위한 최소 자본금 요건이 부담스런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 금융기관이 현지 금융기관 또는 외국의 유수 금융기관과 소매금융에서 경쟁을 해서 이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