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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고생과 여행

[2016-11-03, 19:51:43] 상하이저널

이번 여름에 큰 맘을 먹고 가족 여행으로 윈난성(云南省)에 다녀왔다. 1주일 여의 시간을 내어서 쿤밍(昆明), 다리(大理), 리장(丽江), 호도협, 샹그릴라에 이르는 대장정 여행 계획을 세웠다. 어린 나이에 한국 음식에 중독된 딸 아이의 비상 식량을 넉넉하게 준비하고, 긴 여행이니만큼 옷도 많이 챙겼다. 만반의 준비와 함께 비행기와 기차, 렌트카 예약에 머물러 쉴 호텔 예약까지 마치고 떠났다. 떠나기 전에 수많은 블로거들의 여행 팁과 여행기를 읽고 갔음은 물론이다.


윈난은 꽤 넓은 지역이어서 대부분의 배낭 여행객들은 침대 열차를 타고 밤에 이동한다. 어린 아이들이 침대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꽤나 고생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고생도 가르쳐야지’ 하며 도시간 이동은 침대 열차로 이동하고 리장이나 샹그릴라 같은 곳에서는 렌트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 없는 침대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거라고 생각했다.


철저한 공부와 준비가 되어있어도 변수가 따르는 것이 여행이다. 물론 그것이 재미이긴 하지만 고생스러울까봐 걱정이 되어 더 철저히 준비하곤 한다. 우리의 여행은 대부분이 그랬다. 못 먹을까봐 음식을 준비하고 다리가 아플까봐 차를, 철저한 교통수단을 미리 숙지한다. 비상약은 물론이고 여벌 옷에다 여행 사진이 예뻐야 하니까 옷도 무심한 듯 예뻐야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은 여행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서 트렁크는 크고 우리에게 달려가는 물건이 많다.


그렇게 윈난 여행 중에 우리 가족은 아름다운 호도협의 한 객잔에서 머물게 되었다. 하룻밤에 150위안 밖에 안되는 저렴한 곳이었는데 주변 풍경은 말로 다 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호도협은 약 16킬로미터 정도되는 긴 협곡인데, 길이도 길지만 고도가 높아 무리하면 고산병도 올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차로 가볍게 협곡을 드라이브하며 객잔에 도착해서 여독을 풀고 있었다. 우리가 한참 쉬고 있을 때 땀으로 범벅이 된 영국인 가족이 객잔에 들어왔다. 어쩌다 그 가족과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아들 셋을 둔 그 가족은 호도협을 걸어서 지나간다고 했다. 우리가 1시간 정도를 드라이브로 온 길을 그 가족은 이틀째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11살, 9살, 6살이었는데 놀라운 것은 다 자기 키의 절반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 부부는 우리에게 7시간씩 걸으면 여길 통과할 수 있다며, 첫날에는 불만이 몹시 많았지만 두 번째 날은 오히려 즐기면서 걸었다고 했다. 그 가족은 밤 늦게까지 우리와 놀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객잔 주인이 싸준 주먹밥을 하나씩 들고 우리가 잘 때 길을 떠났다. 고생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더 의아해했다. 여긴 참 걷기 좋은 길이라면서. 그리고 힘들면 쉬었다 가면 된다면서.


어렸을 때 우리집은 자가용이 없었다. 아버지는 커다란 배낭에 버너와 코펠, 쌀 등을 짊어지고, 어머니는 텐트까지 짊어지고 설악산으로 속리산으로 여행을 다녔다. 그 때는 차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시외버스를 오래 기다리는 것, 콩나물 버스에서 졸면서 가는 것이 고생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리가 얼얼할 때까지 걷고 또 걸었는데, 힘든지도 몰랐던 것 같다. 단지 어마어마한 배낭을 짊어지고 가시는 아버지가 맘에 걸려 더 씩씩하게 걷고 달리고 하였는데 아버지도 그때 전혀 고생스러웠다 하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그건 여행이었으니까. 힘들면 쉬었다 다시 갈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우리 애들은 조금만 걸으면 힘들다고 짜증을 낸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또 짜증을 낸다. 호텔이 후지다고, 사람들이 불친절하다고, 경관이 별로라고 싫다고 한다. 너무 편하고 쉬운 여행만 데리고 다닌 것이었다. 고생도 가르쳐 봐야 한다며 떠난 여행이 고생을 싫어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았다. 그리고 나부터도 너무 편안한 것만 바라고 살고 있다는 것에 반성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고생이 무서우면 뭐하러 나오냐, 그냥 집에 있지.”

 

느릅나무(sunman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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