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중국 허베이(河北)성에서 13세 소년이 영화와 TV 프로그램에서 본 수법으로 할머니, 작은 어머니, 사촌동생 등 3명을 잇달아 잔인하게 살해한 후 불태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중국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허베이성 창저우(滄州)시 난피(南皮)현의 13세 소년 샤오화(小華.가명)는 지난달 25일 작은 어머니가 밭에 일을 하러 나간 사이 범죄수사 드라마에서 본 대로 장갑, 끈, 흉기 등 범행도구를 준비한 다음 작은 어머니 집으로 가서는 한 살 아래인 사촌 동생을 목 졸라 살해했다.
샤오화는 이어 밭일을 하러 나갔던 작은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침대 시트로 둘러씌운 다음 흉기로 무려 17차례나 찔러 살해했다. 공교롭게도 이때 작은 어머니 집으로 들어오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할머니도 소년이 마구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샤오화는 범행 몇시간 후 다시 현장에 가서 세 명의 시신을 집 안의 한 곳에 모은 다음 불태웠으나 경찰은 1주일 간의 수사 끝에 그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그는 어머니와 사이가 나쁘고 자신과도 별로 좋지 않은 관계인 작은 어머니와 사촌동생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같은 범행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술만 먹으면 항상 손 아래 동서인 샤오화 작은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로 하소연을 했으며, 샤오화 자신도 작은 어머니와 사촌동생이 함께 덤비면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샤호화가 전날 복수 살인이 주된 줄거리인 연속극을 본 후 잠도 자지 않고 생각한 끝에 연속극에서 본 수법을 모방해 범행을 했고, 범행 당일 밤 10시께는 부모가 잠든 사이 작은 어머니 집에 가 시신에 불을 지르고 귀가했다가 다시 찾아가 가스 밸브를 열어놓는 등 극도의 잔인함을 보였다고 밝혔다.
샤오화는 신화통신 기자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범죄 수사극이라면서 지금까지 최소한 20편의 범죄수사 TV 연속극을 봤다고 말했다. 또 범행 계획과 그 수법도 이들 연속극에서 보고 배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미성년자보호단체의 전문가는 "부모가 자녀 앞에서 증오심을 그대로 드러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TV, 웹사이트, 영화 등의 과도한 폭력장면은 많은 청소년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차이나데일리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