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유지상] 하늘 위의 밥상인 기내식이 성찬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조리사가 항공기에 탑승해 승객 앞에서 직접 요리해주기도 하고, 특수 재배한 유기농 채소만으로 웰빙 식탁을 차리기도 한다. 이도 모자라 지상의 최고급 레스토랑 음식을 고스란히 하늘 밥상에 옮겨주기도 한다. 자칫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는 항공여행 중에 먹는 즐거움을 주는 '귀염둥이 기내 서비스'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고 홍콩을 다녀온 박모씨는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흥분된 어조로 이야기를 꺼냈다. "기내식은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만들어진 음식을 항공승무원이 데워 승객들에게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동안 경험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항공승무원도 아닌 일본인 조리사가 눈앞에서 직접 초밥을 쥐어 주더라고요. 초밥 재료도 고급 일식집에서 맛볼 수 있는 참치 뱃살과 등살은 물론 도미나 관자조개까지 있었습니다." 박씨가 경험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일부 구간에서 시험 운영한
'기내 조리사 서비스'. 아시아나 측은 이를 지난 2일부터 인천~LA 구간에 적용해 일등석 승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달부터 대한항공의 일부 기내에는 유기농 채소가 오르고 있다. 특수 재배한 양상추.치커리 등 유기농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 기내식으로 낸다. 빵도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다. 지금은 미주와 유럽 노선의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에만 적용하고 있으나 다음달부터 중국.일본.동남아 노선으로 확대하는 한편 점차 일반석으로도 사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기존 기내식 열량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450㎉의 비빔국수를 개발해 미주 동부노선에서 제공하고 있다. 25시간이 넘게 보존해도 면발이 굳거나 붇지 않고 쫄깃한 게 특징. 대한항공 대표 기내식인 비빔밥 맛과 흡사해 국내외 승객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외국적 항공사 기내식 서비스는 지상의 고급 레스토랑을 기내로 끌어들이고, 종교 율법도 뛰어넘고 있다.
캐세이패시픽 항공은 상위
클래스 승객에게 홍콩의 최고급 광둥음식점 '제이드 가든'과 베이징음식점 '페킹 가든' 등의 메뉴를 기내식으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중동의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엔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 기내식만 제공하다가 최근 들어 한국행 항공기엔 김치볶음밥 등 한식 메뉴를 싣고 있다.
이 같은 기내식의 업그레이드 노력과는 정반대로 기내식을 없애거나 따로 돈을 받는 항공사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간단한 스낵 형태의 식사를, 원하는 승객에 한해 유료로 판다. 단거리 노선은 음료 정도만 제공하고 있다.
한편, 기내식의 세계적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내식 국제회의가 오는 20일부터 3일간 제주 KAL호텔에서 열린다. 국제기내서비스협회(IFSA. International Flight Services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전 세계 항공사 및 기내식 관계자 등 250여 명의 전문가가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 기내식 조리사를 뽑는 '세계 최고 조리사 선발대회'를 비롯해 차세대 항공기인 A380의
기내식 서비스를 시연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기내서비스협회는 1966년 출범해 현재 항공사와 기내식 관련사 200여 개 회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