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정부가 지난 6월 대규모 학교집단식중독 사고의 감염원이 중국산 깻잎이라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식약청은 식중독 사고 발생 22일이 지난 후에 수거한, 엉뚱한 중국산 깻잎에 대한 검사만으로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체인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고경화(高京華) 의원은 17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입수한 `중국산 깻잎 제품 관련 공급 및 (식중독) 발생현황' 자료를 인용, 이번에 식중독이 발생한 32개 급식소에 모두 공통적으로 A식품업체가 납품한 중국산 깻잎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식중독이 발생한 모든 급식소에서 중국산 깻잎을 섭취한 학생들이 이틀 이내에 설사 현상을 보였고, 식단 조사에 응한 18개 학교 모두에 공통적으로 납품된 식품은 문제의 중국산 깻잎밖에 없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정부가 이 사고를 공식 발표하기 2주 전인 7월26일 질병관리본부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 `수도권 집단식중독 역학조사 결과보고'에도 모두 담겨있다고 고 의원측은 밝혔다.
고 의원은 "질병관리본부 고위관계자가 이 역학조사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중국산 깻잎이 감염원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으며, 이 업체에 대해 행정처분도 내릴 방침이라는 점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또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식약청이 시도한 노로바이러스 검사에 사용된 시료가 집단식중독 사고와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힘든 엉뚱한 깻잎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애초 6월22일 최초 사고가 보고된 이후에도 식품으로부터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방법이 공식적으로 확립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검사를 시도하지 않다가 7월31일에야 노로바이러스 검출을 시도했지만, 이 검사에 사용된 깻잎은 사고 발생 후 22일이 지난 7월14일에 A업체에서 수거한 제품이라는 것.
현행 식품위생법 규정에 따르면 모든 집단급식소는 조리한 식품의 매회 1인분 분량을 72시간 이상 보관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식약청이 사고 발생 직후 역학조사단을 구성, 신속히 움직였다면 이번 사고의 주원인이 된 6월19일 분량의 실제 급식 샘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고 고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보건당국이 노로바이러스 감염의 실질적 근원지인 중국 현지 생산공장에 대한 실사조차 시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깻잎이 감염원이라면 중국 현지의 지하수 등 용수가 감염원일 가능성이 큰 만큼 현지 조사가 원인 규명에 필수적임에도 이런 절차가 없었다는 것.
한편 식품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지 여부와 관련, 고 의원은 "식약청은 미 FDA(식품의약국)에 질의한 결과, 이미 7월26일에 `유전자정량분석(qPCR) 방법이 사용가능하며 바이러스의 생존 여부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식품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할 기술이 없다는 정부측의 답변은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거나 알고도 허위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정부가 근원적 해결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문제를 은폐하는 데에만 급급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질책을 피할 수 없다"면서 "특히 감염원이 된 업체가 중국에 있다는 이유로 현지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은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국민의 건강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