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의 유명대학 졸업장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오르는 지름길이 아니며, 오히려 이보다는 학교와 직장에서의 좋은 경력이 더 중요한 요건이라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자로 보도했다.
WSJ는 이날 자 신문 한 면을 거의 할애해 자국내 500대 기업의 CEO들과 유명 대학 졸업장간 상관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같이 전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미국 내 유수 기업들의 CEO들은 동부 명문 사립대학들을 지칭하는 아이비리그 출신은 극히 적고 미국내 크고 작은 주립대학 또는 덜 알려진 사립대학 출신이 대다수였다는 게 신문의 설명.
예컨대 월마트의 CEO인 리 스콧은 피츠버그 주립대, 인텔의 CEO인 폴 오텔리니는 샌프란시스코대, 코스트코 홀세일의 CEO인 제임스 시네갈은 샌디에이고 시립대 출신이다. 이는 `힘있는' 졸업생 네트워크를 가진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는 게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위층으로 성공하는 지름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유명 대학 졸업장보다 중요한 것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라는게 상당수 CEO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라고 전하고 어느 대학에서든지 그 곳에서 도전정신을 키워나가고 다양한 배경 출신의 학생들과 어울리며 경험을 쌓는 게 기업의 최고봉으로 오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많은 경우 가족 구성원 가운데 첫 대학 입학자가 CEO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널은 세계 최대의 경영컨설팅 및 테크놀러지 서비스 회사인 액센츄어의 CEO인 빌 그린이 이런 예에 적합하다고 꼽았다.
신문에 따르면 배관공의 아들로 서부 매사추세츠에서 고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 입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다가 보스턴 인근의 2년제 학교인 딘 칼리지에 입학하면서 마음을 바꾸었다고 한다.
"대학에 다니는 친구를 방문했다가 더 넓은 세상과 접해야 겠다고 느끼게 됐다"는 그는 딘 칼리지 생활을 열정적으로 했고 그 곳의 한 경제학 교수 강의에 매료돼 상급학교인 밥슨 칼리지로 진학해 학사, 석사학위 과정을 밟았다.
그린은 후일 딘 칼리지가 그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으며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회고하면서 "그들의 자녀가 지역 대학에 다닌다고 부끄러워하는 부모들은 만날 때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국제 헤드헌팅업체인 스펜서 스튜어트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 가운데 10% 만이 아이비리그 소속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으며, 아이비리그의 대표적인 대학인 하버드대 출신보다는 이보다 급(級)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위스콘신대 출신이 더 많다고 한다.
거기에 일부 비(非)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경우 특정 산업분야 인물을 집중적으로 배출하기도 한다는 것.
실제 엑손 모빌의 CEO인 렉스 틸러슨의 모교인 텍사스-오스틴 대학의 경우 정유사 임원들이 많으며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론대 출신은 컴퓨터 과학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500대 기업의 CEO 가운데에는 변두리 캠퍼스 대학 출신이 훨씬 더 많다는 게 저널의 지적.
뉴욕의 해밀턴 칼리지를 다닌 프록터 & 갬블의 라플리 회장은 2학년 때 학생회장에 선출됐고 사교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 3학년 때는 프랑스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과정에서 생각하고 대화하고, 이끌고, 목적한 바를 이루고 하는 모든 것을 배웠다"고 말하면서 후에 기업체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워런 버핏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 겸 CEO는 대학 진학을 원하지 않았던 경우.
그는 부친의 간청으로 펜실베이니아 주의 와튼 스쿨에 등록은 했으나 2년을 허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등 대학 교육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데이비드 도드와 벤저민 그레이엄이 저술한 투자 관련 서적에 관심을 가지면서 전환기를 맞게 된다. 버핏은 1951년 아예 그들이 재직중이던 컬림비아 대학을 찾아가 스스로 경제학 공부를 청해 석사학위까지 받게 됐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버핏은 "졸업장이 아닌 나의 영웅인 선생님들을 찾아 그 곳에 갔던 것"이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신문은 아이비리그 출신이 CEO로 성공하기 어려운 까닭을 대개의 경우 월스트리트 또는 유수의 법률회사에서 경력을 키우려 하기 때문이라며 그 곳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기업 경영의 기초를 다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명 CEO 가운데에는 대학졸업장 조차 받지 못한 사례도 더러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를, 델 사의 마이클 델은 텍사스-오스틴대, 애플 사의 스티브 잡스는 오리건 주의 릴 대를 중도에 그만 뒀던 경우다.
그러나 CEO로서 성공하기위해 대학 교육이 필요없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인력채용업체 스펜서 스튜어트의 토머스 네프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채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라며 가능하면 대학을 졸업할 것을 권했다. 대기업에서 전문직 또는 관리직으로 일하려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신문은 스펜서 스튜어트의 조사를 인용, 실제 CEO의 3분의 2 가량이 경영학석사(MBA)와 법률학 등의 분야 학위를 갖고 있었으며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이 아닌 일부 임원들의 경우 아이비리그에서 다시 학위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