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중국이 주변 아시아 빈국들에 관대한 조건의 지원을 대폭 늘림으로써 조용한 가운데 역내 협력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17일 분석했다.
신문은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최빈국에서부터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인프라 개발 지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것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을 채널로 미국과 일본 등이 제공하는 까다로운 지원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캄보디아 오지 메콩강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서 중국이 4년여가 소요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엔지니어 50명을 포함해 자국 인력 300명 가량을 파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이 같은 개발 지원은 서방이 '부패' 등 까다로운 조건에 연계시켜 지원을 제공하는데 반해 액수도 크면서 환경이나 부패 문제 등에서 자유로우며 더욱이 서방과는 달리 컨설팅 비용도 떼어내지 않는 등 조건이 좋아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또 중국 입장에서는 주변국이 번영하는 것이 자국의 경제 확장과 수출시장 확대에도 부응하는 것이어서 '꿩먹고 알먹고'의 이중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또 이들 국가의 자원도 선점하는 효과도 계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필리핀이 지난 2004년 미국의 불만을 무릅쓰고 이라크에서 철군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이 최빈국이 아닌 필리핀에도 관대한 조건의 개발 원조를 확대하려는 것이 이런 정치적 측면도 감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오는 12월 마닐라를 방문해 개발 프로젝트 지원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중국의 이 같은 공격적인 개발 지원에 대해 미국과 일본 등이 갈수록 경계심을 높여가기 시작했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이 지난해 환경 파괴의 위험을 감수하고 2년여의 검토 끝에 라오스의 남테운 2 댐을 착공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이 손을 뗄 경우 중국이 파고 들어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과 중국간에 캄보디아 항구를 둘러싸고 묘한 신경전도 전개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이 지난 75년 이후 처음으로 자국 함정을 내년초 시아누크빌에 입항시키려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 항구 개발을 금융 지원하는 문제를 캄보디아측과 협상할지 여부에 워싱턴이 바짝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