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송유관이나 육로로 석유를 들여오는 ‘에너지 회랑’ 만들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해상 수송의 위험을 피해 파키스탄, 미얀마 등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변국가들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을 방문중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 20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을 잇는 송유관을 새로 건설하고, 기존 도로를 확장해 파키스탄을 중국의 에너지 회랑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22일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라비아해에 있는 과다르 항구를 통해 이란 등 중동산과 아프리카산 원유를 받아 양국 국경 산악지대를 통해 중국으로 수송하는 방안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지난해 4월 1단계 공사를 마친 과다르 항구 건설에 2억달러를 투자하는가 하면 2단계 공사에도 추가 지원 계획을 밝히는 등 끊임없는 관심을 쏟고 있다. 과다르 항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근접해 있어 전략적 가치가 아주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얀마와도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에 도착한 미얀마의 서윈 총리는 중국 지도부를 포함해 윈난(雲南)성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벵골만에 있는 스뚜이 항을 통해 윈난성 쿤밍(昆明)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논의해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인도와도 송유관 건설을 추진하기로 하고 현재 구체적인 계획을 협의하고 있는 상태다.
러시아가 올 여름 착공 예정인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 공사도 1단계 구간 종점인 스코보로디노에서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大慶)을 잇는 ‘중국 지선’이 완공되면 중국은 연간 4천만배럴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이밖에 중국은 지난해 12월 완공한 카자흐스탄 아리수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잇는 송유관 덕분에 지난달부터 안정적으로 카자흐산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에너지 회랑’ 건설에 역점을 두는 것은 미국의 세력권인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중동과 아프리카산 원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1억t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은 90%를 원가가 비싸고, 사고 위험이 높은 해상 수송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만일 말라카 해협이 봉쇄될 경우 에너지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등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송유관 건설에 들어갈 투자 비용 마련, 공사를 위한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국력이나 발전 잠재력에 비춰볼 때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