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최형규] 중국이 올 5월 완공한 싼샤(三峽)댐 건설 기술을 아프리카에 수출한다. 아프리카에서 둘째로 긴 콩고강 하류에 건설될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자원 부국으로 부상 중인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 세계 최대 수력댐 건설에 참여=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콩고강 하류에 건설되는 잉가(Inga)댐 공사에 중국이 참여하기 위한 양해각서(MOU)가 하반기 중 체결될 것이라고 3일 보도했다.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은 1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 싼샤댐 운영을 맡고 있는 싼샤공사(三峽公司) 기술진이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력회사 에스컴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에스컴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잉가댐 건설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2008년 착공이 예상되는 이 댐은 완공될 경우 하루 생산 전력량이 현재 세계 최대인 싼샤의 두 배인 3600만㎾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콩고는 물론 앙골라와 나미비아.보츠와나.남아공 등 다섯 나라가 공동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수백억 달러가 들어갈 건설 재원은 5개국이 국제금융계의 도움을 받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기술진은 에스컴 경영진에게 싼샤댐 건설 설계와 건설 및 운영기술을 이전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중국 업체의 댐 건설 참여를 요구했다.
잉가댐 완공 후 각국으로 송전을 맡게 될 보츠와나의 웨스트코사 관계자는 최근 "현재 에스컴의 패트 나이두 부국장이 중국 측의 댐 건설 참여를 위한 제반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에스컴의 루얼 코자 사장은 "중국 측의 도움으로 댐이 완공되면 건설에 참여하는 5개국 인구의 90%가 값싼 전력을 이용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유럽지역으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중국 기술진, 환경 문제까지 고려=국제 하천보호 민간단체인 국제하천네트워크(IRN)는 지난해 잉가댐이 콩고강 생태계 파괴는 물론 부근 기온을 높여 지구온난화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제고돼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싼샤댐 기술진 수백여 명은 지난해부터 콩고를 방문해 강 하류의 물줄기를 잉가 부근 계곡으로 돌려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을 하면 환경 피해가 거의 없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즉 댐을 만들되 저수량을 최소화하고 강물 방향만 돌리기 때문에 수몰과 저수로 인한 환경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목적은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극대화=중국 측의 댐 건설 참여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싼샤공사의 한 관계자는 "싼샤댐 건설 기술 수출은 물론 아프리카 전력 산업에 일정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공사 참여는 향후 중국과 아프리카 협력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아프리카 간 무역은 1977년 8억1700만 달러에서 2004년 현재 200억 달러로 급증했다.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잉가댐 공사에 중국이 핵심적 역할을 맡으면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