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의 담배 좌판에서는 1080원에 한국담배를 구입할 수 있다.
중국에 살면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게 가짜 물건들이다. 가짜 분유, 가짜 술, 가짜 주사약이 판친다. 구별하기 어려우니 그저 '진짜려니' 하고 사용한다.
최근에는 광조우 인근에서 1개 5마오(60원) 하는 가짜 계란이 유통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기호품인 담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면세용 담배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세계 각국 브랜드의 '짝퉁' 담배가 복제되어 중국 주요 도시에서 유통 판매되고 있다.
에쎄 레종 더원 디스, 반값으로 살 수 있어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중국음식을 먹고 중국산 옷을 사서 입고 중국 아파트에서 생활하지만, 기호품인 담배만큼은 중국 담배를 찾지 않고 유달리 한국산 담배를 즐겨 피운다.
왜냐하면 중국산 담배가 한국산에 비해 타르 함량이나 니코틴 함량이 워낙 높아 독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의 반값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한국산 담배를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은 한국 내에서 2500원에 판매되는 '에쎄' '더원' '레종'을 중국돈 8~10위안(960~1200원) 정도로 한국내의 절반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손쉽게 구입하여 피운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거리 곳곳에 가보면 담배좌판을 펼쳐놓고 면세용이라고 적혀있는 각종 한국산 담배를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산 뿐만 아니라 '말보로' '켄트' '마일드세븐' 등 세계 각국의 갖가지 유명 브랜드를 진열해 놓고 판매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담배시장 규모는 2005년 기준으로 5조 6571본(개비)이며, 이중 6%(3550억본)가 면세담배와 가짜(위조) 담배라고 한다. 그 중 중국에서만 연간 500억본이 위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품, 한-중 오가는 보따리상에 의해 유통
정식으로 중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담배는 '에쎄'가 유일하지만 '면세용'이란 글자가 인쇄된 '디스' '레종' '타임' 등을 소규모 판매점과 거리에서 사는 건 어렵지 않다.
'에쎄' 3종류는 중국 담배법에 의거 유통허가를 받았다는 표식으로 담배값 옆면에 '由中國煙草總公司專賣'라는 글자와 '흡연은 건강을 해친다'는 중국어가 표기되어 있으며, 앞면에는 한국산임을 나타내는 '韓國煙草人蔘公社出品'란 중국글자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이 담배를 구입하는 장소인 편의점, 소규모 담배판매점, 한국식품점에서 판매하는 담배갑에는 정식 유통을 알리는 한자가 적혀있지 않고 면세품임을 표시하는 'DUTY FREE' 란 영문글씨만 큼지막하게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중국과 한국에서 판매되는 많은 수량의 면세용 담배는 '따이공(보따리상)'들의 손에 의해 인천에서 중국의 칭타오, 웨이하이, 따렌, 렌운항을 운항하는 배편과 올해 7월부터 재개된 목포에서 상하이를 운항하는 배편 등으로 운반되고 소규모 판매점에 유통된다. 한편, 아예 중국 내에서 만들어진 짝퉁 한국산 담배도 한국과 중국에서 비밀스럽게 유통이 된다.
면세 담배를 배편으로 운반하는 따이공 조직은 창고담당, 통관담당, 관세담당, 판매당담, 운반담당 등으로 세분화되어 점조직으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담배를 운반하기 때문에 그 규모 파악도 쉽지 않아 실체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기자는 지난 5월 인천에서 중국 렌운항을 운항하는 페리선을 탔는데 대략 200여명의 중국인과 한국인 따이공들이 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날 대부분의 따이공들은 선박 안 면세점에서 한국산 면세담배 1보루와 양주 1병을 기본적으로 구입하여 렌운항에 내렸다.
최근 한국 세관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배의 컨테이너에서 짝퉁 한국산 담배를 무더기로 적발한 이후, 중국 내 가짜담배 제조공장 규모와 유통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담배 '에쎄'를 중국에 판매하는 KT&G 상하이 판매사무소 이택동 대표는 "지난 6월에는 광동성에서 한국산 담배 포장지가 인쇄된 공장이 중국 공안당국에 적발됐다"면서 "중국 내 100여개로 추정되는 중소형 제조공장에서 가짜담배를 만드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대표는 "최근 한국에서 발각되어 수거된 가짜 한국산 담배 견본을 상하이에 공수, 역추적하여 생산지와 유통과정을 파악하여 보았지만 정확한 실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가짜담배 제조공장 추적의 어려움을 말했다.
그러나 중국 내 외국산 가짜 담배와 한국산 가짜 담배 제조 현황에 대해 언급하며 "가짜 담배 제조업체들이 10위안(1200원에) 팔리는 한국산 담배보다 1갑에 37위엔~57위엔(4400원~6840원)의 고가에 팔리는 중국 고급담배(中華)와 외국산 브랜드를 더 선호하므로, 현재로선 한국산 가짜 담배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많이 제작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해 한국산이 가짜담배 제조의 주 타겟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중국에서 한국산을 비롯한 외국산 브랜드 가짜담배 제조가 만연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대형브랜드 육성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영세한 제조공장이 판로를 잃어버리자 담배생산 시설물과 인력들이 다른 품목에 비해 이윤이 많이 보장되는 가짜담배 생산에 뛰어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엄청난 흡연자수와 담배생산량, 그리고 담배연기에 너무도 너그러운 '담배천국' 중국. 이 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오늘도 한국의 반값에도 못 미치는 '면세용 짝퉁 담배' 연기를 맛있게 뿜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