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 최근 중국에서 야생 호랑이들이 사람을 습격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촌민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5일 중국과 러시아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둥닝(東寧)현의 신리(新立)촌에서는 새벽에 버섯을 캐러 울창한 숲으로 들어갔던 렁훙윈(冷洪云.59)씨가 야생 호랑이에 물려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고 현장은 렁씨의 몸에서 흘러 나온 핏자국으로 도처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반경 100m 안에서 렁씨의 머리와 사지, 몸통이 따로 분리된 채로 발견되는 등 차마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광경의 연속이었다.
현지 공안은 "렁씨는 가방을 가슴 안쪽으로 돌려 맨 채 머리를 숙이고 버섯을 캐다 바위에 숨어 있던 체중 150㎏ 안팎의 호랑이가 달려 드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목을 물려 숨진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렁씨는 평소 호신용 칼을 몸에 다니고 다녔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습격을 당하는 바람에 칼집에서 칼을 꺼내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호랑이에게 무기력하게 포식을 당한 것으로 현지 공안은 추정했다.
지난 21일에는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 시자산(西架山)촌에 거주하는 조선족 농민 김진성(金鎭成.68)씨가 지난 21일 오후 5시께 마을 주변의 야산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다 호랑이의 습격을 받고 오른쪽 쇄골이 부러지고 왼쪽 겨드랑이가 찢기는 등의 중상을 입기도 했다.
두 사건이 일어난 현장은 지린(吉林)성과 헤이룽장성의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100여 ㎞ 정도 떨어져 있으며, 서쪽 방면으로 러시아 원동지역과 각각 국경을 맞대고 있다.
렁씨를 습격한 야생 호랑이는 러시아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까지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훈춘시에서는 야생 호랑이들이 서식하고 있는 국가급 자연보호구가 있어 김씨 뿐 아니라 몇년 전에도 젊은 청년이 1명이 호랑이에게 물려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중국에서 자주 '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야생 호랑이는 우리가 통상 백두산 호랑이라고 지칭하는 시베리아 호랑이로 북한은 '고려범'으로, 중국에서는 '동북호(東北虎)'로 각각 호칭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극동지방, 중국의 동북지방, 북한의 북부지방 등지의 야생에 서식하고 있는 호랑이는 400마리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이중 20여 마리가 중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하얼빈시에서는 한 시민이 밤중에 만취 상태에서 백두산 호랑이를 대량으로 사육하고 있는 동북호림원에 들어갔다가 호랑이들에게 물어 뜯겨 숨진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동북호림원측은 현재 인공 사육 중인 호랑이 620여 마리에게 야생 적응 훈련을 시켜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 등에 단계적으로 방사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동북호림원측은 지난 2002년 최초로 다 자란 호랑이 12마리를 백두산 기슭 아래에 위치한 15㏊ 면적의 야생화 훈련기지로 옮겨 야성 회복훈련을 실시했으며, 올해도 수컷 8마리와 암컷 7마리 등 호랑이 15마리를 이곳으로 옮겨 3년 기한으로 야성 회복 훈련에 돌입했다.
세계 10대 멸종 동물로 지정됐던 백두산 호랑이는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보호 운동이 꾸준하게 벌어지면서 해가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야생기금(WWF) 러시아 원동지역 관계자는 지난 7월 지린성 옌지시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해 "현재 러시아에는 야생 호랑이가 500마리 정도 서식하고 있으며, 이중 100마리가 새끼호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