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지난달 28일 개봉된 홍콩영화 '이사벨라(Isabella)'는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음악상 수상작. 지난 7월 열린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폐막작으로 소개돼 호평받았다.
영화에 상을 안겨준 것은 음악이지만 이야기 얼개와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만만치 않다.
'이사벨라'는 중국 반환을 앞둔 1999년 여름 마카오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당시 정치상황에 빗대 풀어간다. 영화는 정직하지 못한 경찰관 싱(두원쩌ㆍ杜汶澤)과 그가 딸이라고 믿고 있는 소녀 얀(량뤄스ㆍ梁洛施)의 기묘한 동거를 통해 시간이 가져다주는 관계의 깊이와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흡인력 있는 줄거리는 '홍콩 영화계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일컬어지는 팡호청 감독의 연출력으로 입체적인 틀을 갖추고 배우들의 호연은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영화에서 싱을 연기한 두원쩌는 영화 '무간도' 시리즈 등으로 이미 국내에 얼굴을 알린 배우지만 얀 역의 량뤄스는 생소한 얼굴.
홍콩의 아이돌스타 량뤄스를 이메일을 통해 만나봤다. 이메일을 보낸 지 한 달이 훌쩍 넘어 도착한 답장은 "답장이 늦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짧은 답변으로 구성돼 있었다.
"최근 대만 영화 한 편을 막 끝냈다"는 량뤄스의 말로 미뤄보아 영화 촬영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모양.
량뤄스의 영어 이름은 이사벨라 룽(Isabella Leung)이다. 영화 제목과 같다.
그는 "영화 제목도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면서 "스페인어로 이사벨라는 '신의 약속'이라는 뜻인데 그 뜻이 맘에 꼭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팡호청 감독, 두원쩌와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CF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량뤄스는 영화배우와 가수로도 활동 중이다. '이사벨라'는 그의 세번째 영화 출연작. 량뤄스는 '이사벨라'에서 불안한 내면을 가진 활달한 여성 얀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부천영화제 기간 한국을 찾은 두원쩌는 "실제로 량뤄스가 변화무쌍하고 기복이 심한 감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얀 역으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두원쩌는 이 영화에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량뤄스는 두원쩌의 말에 "내 연기에 대한 칭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감정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영화에서 얀이 술을 마시고 노래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마치 술을 먹고 촬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에 대해 량뤄스는 "일하는 데 어떻게 술을 마셨겠느냐"면서 "두원쩌도 나도 맨정신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활달한 성격과 거침없는 말투, 섹시한 외모를 지닌 얀은 마치 한국의 섹시스타 이효리를 닮아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의 톱스타를 닮았다고 해서 기분은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배우 이영애를 무척 좋아한다"면서 "특히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의 연기가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이영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좋아하는 여배우(My Favorite Favorite Actress)'라고 이영애를 표현했다.
"한번도 한국에 온 적이 없다"는 량뤄스는 "정말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량뤄스가 출연한 '이사벨라'는 명동CQN과 필름포럼에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