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와 신조어는 특정집단 혹은 사회 문화와 두드러진 현상을 반영하는 언어적 매개체이다. 때문에 그 나라의 시대적인 배경에 따라, 사회적 현상에 따라 새로운 내용과 의미로 확대해 나타내기도 하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유행어나 유행어를 이모티콘(表情包)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중국 친구들을 자주 보는데, 외국인 입장에선 그 유행어를 이해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심지어 사전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단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의 유래를 알고 보면 대부분의 유행어가 중국의 현주소를 반영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 대로해, 크게 신경 쓰지마
怎么都行,不大走心
Zěn me dōu xíng bú dà zǒu xīn
최근 중국내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2014년 일본 어느 한 잡지에서 언급된 ‘불계남자’(佛系男子)를 시초로, 중국에서 3년뒤인 2017년 12월 ‘불계청년’(佛系青年)이란 단어로 세상에 알려지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는 마치 불교의 승려와 같이 해탈의 경지에 오른 모습을 우스갯소리로 일컫는 말이다. 보통 어떤 사건에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크게 놀라지 않고 냉담하게 받아 들일 때 사용한다.
이에 불계를 표현할 때 <응답하라1988>에서의 스님옷(승복)을 입은 정봉이를 배경으로 한 이모티콘이 많이 사용되며, 불계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칭해지는 일본 게임인 <여행하는 청개구리(旅行青蛙)>이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게임에서 유저의 역할은 개구리에게 가방을 챙겨주는 것이다. 이 외에는 어떠한 조작도 불필요하며 그저 게임 속 개구리의 무료한 삶을 감상할 뿐이다. 오늘날 과도한 경쟁 속에 지친 중국의 청년들이 저욕망(低欲望), 불계적인 개구리를 보며 잠시나마 정신적인 위로를 받게 된다.
빈곤이 나의 상상력을 제한 했어
贫穷限制了我的想象力
pín qióng xiàn zhi le wǒ de xiǎng xiàng lì
작년9월, 중국의 한 영화 시상식에서 톱스타 판빙빙(范冰冰)이 수상을 하는 장면이 티비로 생중계 된다. 당시 판빙빙의 손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가 보통의 반지 크기에 비해 매우 커 화제가 되었다. 이를 본 중국의 네티즌들은 “정말 크다”, “불편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어 금액, 출처 등 반지의 상세한 정보가 드러나면서 “우리는 돈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 라며 웃픈(웃기고 슬픈) 유행어인 “빈곤이 나의 상상력을 제한했어”가 등장한다.
너를 표현해 보세요
请开始你的表演
qǐng kāi shi nǐ de biao yǎn
중국에서는 2012년 VOICE OF CHINA를 시작으로, 각종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한다. 프로그램에서 심사 의원이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표현해보세요”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 후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풍자 되면서 많은 네티즌들이 사용하기 시작한다.
어색한 대화
尬聊 gà liáo
까랴오(尬聊)는 어색하다라는 뜻인 깐가(尴尬)와 이야기하다의 랴오텐(聊天) 두 단어의 합성어로, 어색한 대화를 한다라는 뜻이다.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이 “가식적이지 말고, 진실되게 행동하자(少一点套路多一点真诚了)”라는 신조의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이와 상반되는 까랴오가 SNS상에서 역으로 인기를 끈다. 보통 썸(暧昧) 타는 남녀사이가 어색한 기류 속에 대화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조작법이 있다니
还有这种操作
Hái yǒu zhè zhǒng cāo zuò
모바일 게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유행어로, 자신이 몰랐던 조작법을 발견 하고 놀랐을 때 사용한다. 게임에서뿐만 아니라, SNS상에서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자주 사용한다.
특정 집단에서만 사용되는 말, 외부인은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은어라고 한다. 은어는 외부와의 의사소통에 장애를 주기도 하지만 내부 사용자들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중국 저장대에서도 교내에서만 통용되는 은어가 있다.
“내가 너한테 BG할게!”
我BG你!
저장대에서 가장 유명한 유행어다. ‘BG’는 학교 캠퍼스 정문에 위치한 소나무 이름의 약자(Board Gather)를 딴 단어로 “한턱 쏠게(请客)”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유행어는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졸업한 학생들로 하여금 모교를 그립게 하는 단어 중 하나로 손 꼽히고 있다.
저장대 찌질남
浙大猥琐男
zhè dà wei suǒ nán
90년대후반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저장대찌질남’이라는 주제로 토론이 시작된다. 공과대학 성향이 강한 저장대는 남학생의 비율이 더 크다. 여학생이 없는 공과대학에선 자신을 꾸미는 남학생을 보기 드문 건, 정도는 다를 수 있어도 어느 나라의 공과대학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타 학과의 여학생들은 이들을 ‘저장대찌질남’이라고 칭하며 “좀 꾸며라”, “씻어라”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고, 이에 공과대학의 남학생들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우리는 정의롭고 똑똑하다”라고 반박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순식간에 저장대 대표 유행어로 등극한다.
학생기자 윤준우(저장대 시장마케팅학과)
사진_만토우(blog.naver.com/666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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