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지하 핵실험으로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한 자리에서 최근 북한 주변의 긴장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나 북한은 하루도 지나지 않은 9일 오전 핵실험을 강행했다.
특히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핵실험 하루 전날까지도 북한에 자제 요청을 한 점으로 미뤄 북한이 중국에 사전통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심지어 핵실험 장소도 중국 국경과 인접한 곳이었다.
`혈맹' 관계라는 북한이 계속 엇박자를 내면서 동북아안보 구도를 위협하자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던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은 심각하게 `몐쯔(面子.체면)'를 손상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지난 5일 "북한이 첫 핵실험에 나설 경우 아주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례 없이 강경한 어조로 공개 경고하기도 했으나 북한은 귀를 틀어막았다.
앞서 중국은 지난 7월 아무런 사전통보도 받지 못한 채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해 들었고, 북한을 설득하러 간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못 만나고 돌아서야 했다.
북한은 중국이 참여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불복 의사를 밝혔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북한의 태도는 중국의 외교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뺨을 때리는 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사일 발사 사태 이후 북한과 중국 간에 심상찮은 균열이 감지되던 것에서 나아가 이번 핵실험은 사실상 양국의 `혈맹' 관계가 종식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왕광야 대사의 경고 발언은 대내외적으로 중국이 충분하게 교감하고 면밀한 준비를 갖춘 채 북한의 핵실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며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인 고통을 줄 수 있는(painful)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시장에서 중국산 물품이 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추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