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윤창희] 중국 최대은행인 공상은행(ICBC)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219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주요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달 중 중국.홍콩에서 동시 상장을 추진 중인 ICBC는 지난 주 말 공모가를 주당 2.56~3.07 홍콩달러로 정했다. ICBC는 홍콩(H증시)과 중국(A증시)에 각각 354억주와 130억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공모주 청약이 많이 몰릴 경우 주식을 초과 발행할 수 있는 '그린 슈(green shoe)'규정을 지난 달 19일 통과시켰기 때문에 ICBC의 공모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공상은행이 전체 공모주의 15%를 초과 발행할 수 있는'초과배정권리(over-allotment option)'을 행사할 경우 공모 규모는 최고 219억4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고였던 1998년 일본의 NTT도코모(184억 달러)의 IPO를 능가하는 액수다.
이번 공모에는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달러를 쌓아둔 중동 산유국들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쿠웨이트투자청(KIA)이 56억 홍콩달러(7억2000만 달러)규모의 지분 취득을 결정했으며, 카타르도 16억 홍콩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올 1월 ICBC 지분을 사들인 외국 금융사들은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됐다. 골드만삭스(5.8%, 26억 달러)와 알리안츠(2.2%, 10억 달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0.4%, 2억 달러)는 2~3년 간의 지분매각제한 조항이 풀릴 경우 최소 2배 이상의 차익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다.
ICBC는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토대로 본격적인 성장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ICBC는 현재 동남아 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의 뱅크 할림 인수를 추진중이다. 또 국내영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예대금리차가 3.6%에 달하는 만큼 ICBC가 대출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10월 27일 ICBC의 상장이 이뤄지면 그동안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쳤던 외국계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후 ICBC의 공모 영향으로 일부 외국계 펀드가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바람에 특히 은행주가 약세를 보여왔다.
◆공상(工商)은행=중국의 4대 국유은행중 하나로 총 자산 및 대출 잔고 등에서 중국 최대 규모다. 중국 전역에 2만개 가까운 지점망을 갖추고 있으며 시장점유율도 20%에 달한다.
중국 500대 기업중 492개 기업을 포함해 250만개 기업이 거래하고 있다. 개인 고객도 1억5000만명이나 된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