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 북한의 핵실험 성공 발표 하룻 만인 10일 중국과 북한 간 세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중국의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해관이 10일 문을 닫았다.
단둥해관은 이날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 61돌 기념일이란 점을 일단 휴업의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단둥해관의 휴업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 측의 제재 조치의 일환일 수도 있어 11일에도 문을 닫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
단둥해관은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이뤄지는 교역량의 약 80%가 오가는 곳으로 중국이나 북한의 명절이나 기념일에 잠시 운영을 중단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은 제1차 북핵위기로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1994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에 응하지 않자 북한 압박 차원에서 교량 수리 등을 이유로 단둥해관을 7일 간 폐쇄한 적이 있었다
단둥과 선양(瀋陽)의 대북소식통들은 이날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론이 고조될 경우 중국이 조만간 해관을 폐쇄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제재 조치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따라서 중국 측이 명목상 북한 노동당 창건 61돌 기념일이라는 이유로 하루 해관 운영을 중단했지만 11일 다시 문을 열것인 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중국의 외교 담당자들이 상당히 격앙돼 있는 상태"라고 귀띔하고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나쁜 행동을 하는 국가들은 어느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 일찍 신의주 방면에서 화물열차가 압록강철교를 통과해 단둥으로 들어가는 광경이 목격됐다. 이에 대해 해관 주변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한 조선족은 "명절이나 기념일을 맞아 해관이 문을 닫는 경우에도 열차는 정상적으로 운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양과 단둥에서 대북무역에 종사하는 기업인들은 북한의 핵실험이 향후 사업에 어떤 파장을 미칠 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였다.
선양의 한 조선족 기업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동북3성 가운데 북한과 가장 많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린(吉林)성 정부에서 대북교역을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상황에서 정책에 변화가 있을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의 한 조선족 기업인은 "일단 핵실험과 교역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면서도 "북한이 흔들리면 중국도 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미국편을 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둥해관 앞에서 만난 북한의 한 무역회사 관계자는 핵실험이 가져올 파장을 묻자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며 "미국이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경수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자체적인 에너지 개발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국경 지역인 단둥은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전반적으로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9일 밤 신의주에서 초저녁부터 등화관제가 실시됐다는 얘기와 함께 압록강 너머로 불빛을 봤다는 목격담도 나돌아 북한 핵실험 이후 향후 변화에 대한 불안한 단둥 주민들의 심리를 반영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