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한 지 만 하루가 지난 10일 핵실험의 성공 여부는 물론 그것이 과연 핵실험이었는 지에 대해서도 아직 최종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낮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북한 핵실험 성공 여부에 대해 아직 얘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송민순(宋旻淳) 안보실장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의 조찬 간담회에서 북한 핵실험 성공 여부에 대해 "종합적 판단은 약 2주 정도가 지나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북한 핵실험에 대한 최종 판단 유보는 전날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직후의 정부성명과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정부 성명은 "북한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정부 입장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며 북한의 발표를 근거로 대처하고 있다는 입장임을 밝혔고, 노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핵실험이 과연 핵실험인지, 핵실험이 성공했는지 과학적 검증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해 공식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정부도 각종 자료에서 핵실험을 단정하는 대신 '북한의 발표'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지질연구소와 미국 등이 포착한 지진파의 규모로 볼 때 핵실험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결국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실험 성공 발표와 지진파 크기에 근거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으며, 성공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역시 9일 밤 발표한 대북성명에서 "북한 정부는 세계에 그들이 핵실험을 행했음을 선언했다. 우리는 북한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어 우리 정부와 입장을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윌리엄 스탠턴 주한 미대사관 부대사도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USA'를 통해 "핵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송 실장이 말한 대로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지 또 했다면 성공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왜 2주일의 기간이 필요한 것일까.
핵폭발 뒤 발생하는 일종의 가스인 방사능 핵종을 탐지해 분석해봐야 핵실험 및 최종 성공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진파만으로는 핵실험인지 여부를 100% 완벽하게 확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대기중에 떠돌아 다니는 방사능 핵종을 탐지하는 장치를 항공기나 전망대 등에 배치해 탐지,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핵실험 의심지역의 폭발규모가 0.8kt(TNT 800t)정도라는 점에서 핵실험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도 1kt이하의 핵실험이 있었다. 소규모라서 핵실험이 아니라고 단정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강력 대응을 천명한 이면에 신중한 판단을 고수하는 것은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해 실패하고서도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하거나 `7.5 미사일 발사' 때도 장거리 미사일이 도중 추락했음에도 "성공적인 발사였다"고 과장한 데 대한 `내성'도 한몫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