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 장면 교묘히 편집 신랄한 풍자
요즘 중국에서는 ‘만두 하나가 불러온 살인사건(一個饅頭引發的血案)’이란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다. 이 영화는 직접 촬영한 화면은 단 하나도 없다.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영화 ‘무극(無極)’을 짜깁기해서 전혀 다른 내용으로 만든 19분짜리 인터넷 패러디 영화다.
이 영화는 어릴 적 속아서 만두를 빼앗긴 것에 충격받아 인성(人性)이 삐뚤어진 한 남자 때문에 살인사건까지 일어난다는 줄거리다. 중국의 현실을 적절히 풍자한 것이 ‘만두’의 인기 비결이다. 가령 ‘무극’에서 왕궁 지붕 위에 올라가 겉옷을 벗는 왕비 장백지를 ‘만두’는 3류 패션모델로 바꾸어버렸다. 왕과 왕비가 지붕 위에서 군사들에게 호소하는 ‘무극’의 장면이 ‘만두’에서는 두 사람이 체불 임금에 항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제작자는 상하이에 사는 31세 청년 후거(胡戈). 집에서 컴퓨터 2대로 ‘만두’를 만들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자, 삽시간에 수많은 사이트로 퍼졌다. “영화 ‘무극’을 본 사람보다 ‘만두’를 본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천카이거 감독은 급기야 후거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소송 협박으로 후거의 인기는 더욱 치솟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