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생들의 도서관 사랑은 남다르다. 시험기간은 물론이고 매일 아침 8시 도서관 개장에 맞춰 미리 줄 서있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신입생들은 학생카드를 발급받자마자 도서관 투어를 하기도 한다. 항상 발길이 끊이질 않는 도서관에서 중국 대학생들은 어떤 책을 빌리고, 가장 인기있는 책은 과연 무엇일까.
도서관 누적 대출 1위는?
저장대 도서관에서 가장 대출이 많은 책은 ‘핑판더스지에(平凡的世界)’이다. 한국에서는 ‘평범한 세계’로 알려진 이 책은 중국 작가 루야오(路遥)가 쓴 작품으로 100만자 분량의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 받는 국민 스테디셀러이다. 이 책은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의 중국을 배경으로 하며 순샤오안(孙少安)과 순샤오핑(孙少平) 두 형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 등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그려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많은 학생들은 입을 모아 “막연하게 궁금했던 부모님의 젊은 시절이자 개혁개방초기였던 당시 중국 모습을 직접 경험해 본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저장대 도서관에서는 최근 5년 이상 부동의 대출 1위를 지키고 있다. 저장대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 3편으로 구성된 루야오의 <평범한 세계 平凡的世界>
중국대학생들은 무협소설을 좋아해
저장대 도서관의 누적 대출이 높은 순부터 12위까지 나열해보면 그 중 4권의 책이 모두 한 작가가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작가는 진융(金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김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홍콩의 무협 소설 작가이자 동시에 언론인인 진융은 홍콩의 4대 인재 중 한 명으로 홍콩, 중국 할 것 없이 수많은 독자층을 보유한 대문호다. 저장대에서는 진융의 작품 중 신조협려(神雕侠侣), 천룡팔부(天龙八部), 사조영웅전(射雕英雄传), 소호강호(笑傲江湖)이 가장 인기가 많다. 4 작품들은 모두 드라마나 영화로까지 제작된 적이 있다.
중국 국민 무협소설 작가 진융(金庸)
새학기 총장 추천도서
중국은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올해는 00년 이후 출생의 학생들이 18학번 신입생으로 대학교에 입학한다. 21세기의 학생들이 입학하는 만큼 중국 전역에서 남다른 관심이 모아졌다. 저장대에서는 총장이 직접 나서 신입생들에게 추천 도서 목록을 제시하는 등 특별한 공지가 있었다. 치우리민(邱利民) 총장이 추천한 도서는 총 13권으로 크게 3가지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학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내용과 앞으로 학업에 있어 필요한 생각이나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한 내용,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치우 총장은 “이 13권의 책들이 나아가 대학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길 바라고, 추천 도서 중 정진(精进)과 같은 경우는 실제 저장대 심리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차이통(采铜) 작가가 쓴 책이다. 지난 학기에도 차이통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올해도 신입생들에게도 차이통 작가의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다시 초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장대 심리학 박사 차이통(采铜) 작가의 <정진(精进)>
교내 카페에서도 독서장려를?
저장대 즈진강 캠퍼스 내 위치한 카페에선 음료와 함께 보다 편안한 의자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카페는 탁 트인 공간과 벽면마다 배치된 책장, 그리고 그 안에 꽂혀있는 다양한 책들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나 공강 때마다 이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배치된 책을 읽어보곤 한다. 카페 안에서 보는 책들은 현장에서 읽은 후 다시 돌려놓고 아무도 이를 감시하지 않지만 책 분실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출 도서로 본 중국 대학생 독서 성향
저장대는 연말이 되면 그 해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순으로 나열해 학교 사이트는 물론 인터넷 매체에도 공개한다. 그리고 이는 중국 대학생들의 보편적인 사고를 엿보기 위한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교수진들은 도서 목록을 통해 저장대 학생을 비롯한 중국 전역 대학생들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나아가 외국 대학 상황과 비교해보기도 한다. 교수진들은 2017년도 저장대학교 학생들의 도서관 대출 목록에 대해 아래와 같은 평가를 했다.
먼저, 저장대 학생들은 서양 대학생들과는 매우 달리 고전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나 플라톤의 국가론 등이 꾸준히 읽히는 반면 중국에서는 이런 고전을 읽는 학생들이 비교적 적다. 대학교 커리큘럼상 고전이나 철학서의 인용 비중이 적은 것과 학생들 개인별로도 읽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또 중국은 서양에 비해 “현재와 미래발전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훨씬 크다”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중국 대학생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의 책, 국제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종합 서적 등을 등한시 하는 편이라고 지적하면서 보다 개성 있는 독서를 할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
현재 중국 베스트셀러는?
현재 중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인기가 좋은 책으로는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위화의 <인생(活着)>, 톡톡 튀는 그림체의 인기 시리즈물 <半小时漫画中国史3: 30분 만화 중국사 3)>, 중국 공산혁명이야기를 다룬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책들.
그렇다면 중국의 스테디셀러는 무엇일까? 중국에서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 받는 대표적인 서적으로는 <화폐전쟁>과 <홍루몽> 그리고 앞서 언급된 <평범한 세계> 등을 뽑을 수 있다.
학생기자 김주호(저장대 금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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