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 북한 핵실험으로 중국 외교가 새로운 시련을 맞고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몹시 부담스럽게 됐다.
북한의 전략적 위치를 고려한 동북아의 안보구도로 볼 때 중국이 결코 북한을 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감싸고 돌 수도 없다. 중국의 이미지에 큰 흠집이 나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가의 시각은 지금 상황을 '진퇴양난'으로 보면서도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고도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를 적절히 해결하기만 한다면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고립의 산물로 해석한다. 미국의 핵우산 속에 있는 일본, 한국, 대만에 둘러싸인 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핵무기를 대안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핵실험 이후의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북한이 핵실험 전에 중국에 통보했다는 점을 든다. 핵실험의 규모를 작게 했다는 것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한, 계산된 조치로 풀이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실험 직후 내놓은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에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시급한 것은 압박과 대화의 중간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다. 지금까지 중국의 움직임으로 보면 핵무기의 이전과 확산을 막는 제재 조치에는 동참하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강압적 조치에는 반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는 자칫 어정쩡한 '눈치보기식' 태도로 비칠 수 있다는 데 중국의 고민이 있다. 미국이 국제여론을 등에 업고 고강도의 압박 조치에 따라줄 것을 요구한다면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원칙적인 입장으로 가지고 있는 중국이 이번 주 후반께로 예상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베이징(北京) 방문에서 어떤 대응을 통해 자국에 닥친 시련을 호기로 전환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