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1840~1902)는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시점에,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간첩 누명을 썼던 드레퓌스의 무죄 를 옹호했다. 이후 죽을 때까지 이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웠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작가의 여러 저서 중 자전적인 요소가 매우 강한 <작품>이라는 소설에서, 어려서부터 친구인 폴 세잔을 ‘인정받지 못하는 나약한 천재 화가’로 표현함으로써, 30년간 지켜온 우정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사연에 호기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됐다.
실제 세잔은 함께 학교에 다니던 에밀 졸라의 권유로 그림을 공부하러 파리로 떠난다. 그가 유학한 아카데미 쉬즈는 당대 내로라하는 화가 지망생들이 모여드는 곳이었고, 폴 세잔은 그곳에서 자신이 몇 학생들만큼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해서 6개월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잔은 다시 최고의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파리로 간다. 그의 초기작품들은 어둡고 무거워서인지 살롱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20년이 지난 후에야 살롱전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세간에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우울증으로 평생을 시달렸다고 한다.
이 책 <작품>은 폴 세잔이 투영된 ‘클로드 랑티에’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가들의 행동이나 말, 작업 등으로 엮어진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그려진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이야기들은 서양 미술사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에밀 졸라라는 작가의 삶을 통해 지식인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얻게 된 것 같다.
Elin Kim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 사이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온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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