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주부 장모씨(52·경기 분당)는 12월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남편의 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송년회에 나갔다가 만난 부인들끼리 12월 말에 필리핀으로 골프 관광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애들도 다 컸고 골프를 맘껏 치고 싶은데 국내에선 예약조차 어렵다"며 "여행사에서 필리핀에 가면 마음 편히 라운딩하고 관광까지 하는 데 1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임원 류모씨(39·서울 서초)는 추석 연휴 때 중국 옌타이에서 골프를 즐겼다. 류씨는 "일찌감치 성묘를 다녀온 뒤 골프 여행을 할 생각으로 2주 전에 인터넷 카페에 2박3일 54홀 일정의 동반자를 찾는다고 올렸더니 희망자가 금방 10명이 넘었다"며 연말께 또 한번의 골프 관광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20일 올해 해외 골프에 나서는 내국인이 사상 최대인 63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03년(35만6000명)에 비해 1.8배나 늘어난 수치로 올해 전체 예상출국자(433만명)의 14.6%에 달한다.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장은 "전체 출국자의 15% 안팎,30세 이상 남성 출국자만 따질 경우 30% 정도가 골프관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외 골프로 새어 나가는 돈이 올해 1조1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골프 지출액은 2003년 7798억원에서 2004년 9828억원으로 늘어난 뒤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추석 연휴 때(9월28일∼10월8일 기준)만 해도 줄잡아 4만2000여명(내국인 총출국자는 28만3975명)이 700억원 넘는 돈을 해외에서 골프 치는 데 쓴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여행사들은 만성적인 수요 초과로 부킹(예약)이 어렵고 가격이 비싼 한국의 골프장 환경을 고려할 때 해외 골프 인구는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승욱 하나로투어 실장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중국 옌타이 일대 남산CC나 동해CC의 경우 이미 내장객의 90% 이상이 한국 사람"이라고 전했다.
서천범 소장은 "각종 규제를 없애 퍼블릭 (비회원제) 골프장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부킹 편의성을 높이고 골프장 이용료를 낮추지 않는 한 골퍼들의 해외행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